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대형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5일 만으로 지난 10월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이후 처음이다.
당초 탄핵 공세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은 서문시장 방문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규모가 상당한 만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서문시장 일대는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만큼 피해규모가 매우 크다. 소방당국은 11년만의 대형화제로 1,000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대구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에서 이를 묵과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듯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고 수행 인원을 최소화해 15분가량 조용히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쪽과 정치적 노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쪽 중 온라인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장을 지켜봤다고 밝힌 한 시민은 “위로하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5분 있다가 자리를 떴다”며 이번 방문이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문시장의 반응은 온라인과는 온도 차가 큰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박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거나 연호하는 시민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현장영상을 시청한 한 트위터리안은 “대다수의 대구시민들은 아직도 박근혜를 연호하고 소수의 피해 상인들만 항의를 하고 있었다”며 “대구가 변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서문시장 방문 영상을 보니 사람들이 진짜 좋아한다. 박수하고 연호하고 웃고 (대통령이) 굳이 찾아가는 이유가 있다”면서도 “막상 상인분들은 항의하더라. 지원 약속을 제대로 안 하고 갔다”고 꼬집었다.
해당 영상을 중계한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화가 난 상인 한 분이 박근혜(대통령에) 성토하니까 종편 패널이 저것도 다 애정이 있으니까 하는 소리라고 헛소리를 하다가 상인분 열변이 쏟아지니 영상을 황급히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통령이 상인의 손을 잡고 눈물 짓는 사진을 수십장 수백장 찍어 나르면 지지율이 반등할 지 모른다”며 “늘 그랬듯 또 그런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들의 서문시장 방문이 줄을 잇고 있지만 상인들은 싸늘한 반응이다. 특히 상인들 중 상당수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생업을 잃은 것은 물론 보상금을 받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