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할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아울러 “검찰 수사기록을 처음부터 보고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시작한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최대 104명으로 꾸려지는 ‘슈퍼 특검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을 비롯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까지 폭넓게 수사해 각종 의혹을 규명한다는 게 박 특검의 생각이다.
박 특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수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할 계획”이라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우선 파견받은 3~4명의 검사로 기록검토팀을 꾸려 기록 검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대면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면조사는 시험을 보기 전에 답안지를 미리 보여주는 식”이라며 “이행 시기는 수사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으나 반드시 대면조사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상이 현직 대통령인 만큼 특검이 직접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이뤄진 ‘BBK 특검’에서는 특검보가 대면조사를 맡았다.
박 특검이 대통령 조사에서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내놓는 과정에서 ‘무언의 압력’이 작용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국민담화에서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특검은 기금 모집에 외압이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재단 기금 모금이 ‘자발적인 선의’로 이뤄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직권남용·강요 등을 넘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시동을 걸자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어막을 쳤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박 특검은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해 정윤회 문서 유출 사건, 김 전 실장, 우 전 수석 등으로 폭넓게 수사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이 최씨를 국정에 개입시킨 게 최씨 부친이자 사이비종교 교주였던 고(故) 최태민씨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 유사 종교에 대한 부분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14개 수사 대상 외에도 기존 사건과 관련 있거나 파생되는 사건까지도 수사 대상에 올려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박 특검은 이번 사건이 복잡한 만큼 ‘맞춤형’ 수사팀을 꾸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특검은 유사 종교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만큼 종교 문제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다. 또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입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어를 잘하는 변호사도 알아보고 있다.
특검팀 인선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석열(56·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는 수사팀장 요청을 사실상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검사는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면서 공정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는 게 박 특검의 판단이다. 아울러 문강배(55·사법연수원 16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을 포함한 특검보 후보 8명을 행정자치부를 거쳐 청와대에 추천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오는 5일까지 이들 중 4명을 특검보로 임명해야 한다. 이와 함께 법무부에 검사 10명에 대한 1차 파견도 요청했다.
박 특검은 “부장검사는 제외한다는 원칙 아래 기존 검찰 수사팀에서는 파견 검사의 3분의 1 정도만 뽑을 생각”이라며 “이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사건을 보고 토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