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평균 1,000만원 6년 연체...도덕적 해이 비난 지나쳐

'서민금융 산증인' 김윤영 원장

형편 어렵지만 성실히 빚 갚는 서민들 많아

신용회복委 시절 '月50만원 신용카드' 호평

25일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이호재기자.25일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이호재기자.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민금융의 산증인이다. 지난 2012년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사를 시작으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에 이르기까지 서민금융 전반을 경험했다. 특히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때는 채무조정을 받고 빚을 성실히 갚은 이에 한해 월 5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액신용카드를 만들어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떤 계기로 서민금융에 뛰어들게 됐는지를 물었다.


그는 “대단한 계기는 없었다. 경영학과를 나와 수출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저는 수출입은행 또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서민금융기관이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좋은 계기로 한국자산관리공사 일을 맡았고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맡은 바에 충실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답했다.

서민금융의 지휘자로서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며 배우는 점도 많았다. 특히 그는 형편은 안되지만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려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번은 정말 백발의 할머니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하시는 말씀이 채무조정 기간을 8년으로 늘려주면 돈을 꼭 갚겠다는 것이었는데 신분증을 보니 1940년도 생이셨습니다.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또 자신이 빌린 돈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싶어서 할머니께서는 돈이 부족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김 원장은 서민금융 정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서는 “한 명이 우려된다고 나머지 99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현장을 둘러본 뒤 그는 실제로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연체자들에 대한 통계를 내봤다. 통계를 보니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은 이들의 평균 연체금액은 원금 기준 약 1,000만원, 연체기간은 약 6년이었다. 그 말은 사람들이 대부분 1,000만원을 연체해서 6년 동안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김 원장은 “1,000만원을 적은 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큰돈도 아니다”라며 “과연 이게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들에게 분별없는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수출입은행에서 기획부장·국제금융부장·자금본부장 등을 역임한 금융맨 출신인 만큼 김 원장은 ‘도와줄 때는 확실하게 도와주되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의다. 특히 창업 지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편이다. 그는 “창업 지원을 받겠다고 오면 일단은 창업 지원 강좌를 무조건 듣도록 하는데 강연을 듣고 나면 현실을 깨닫고 지원을 포기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며 “그러므로 창업 지원만큼은 까다롭게 심사해야 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첫 번째 목표를 묻자 김 원장은 “고객들로부터 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몇 명이 채무조정을 받았고 저리로 대출받았다는 등 좋은 실적을 내는 것도 좋지만 그런 수치보다는 고객들로부터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He is…]

△1955년 서울

△1974년 경기고 졸업

△1978년 서울대 지질학과 학사


△1984년 한국수출입은행 자금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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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카네기멜론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3년 한국수출입은행 자금부 팀장

△2008년 한국수출입은행 기획부 부장

△2009년 한국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 부장, 자금본부 본부장, 부행장

△2012년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사

△2014년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2016년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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