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촛불→횃불, 퇴진→구속·체포’...비장한 민심 ‘임계점’ 넘어선다

대통령 세 차례 담화에 정치권 이합집산, 시민들에 허탈감 안겨

개작두와 수의 입은 대통령 등장...격한 퍼포먼스, 9일 탄핵 처리 예의주시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저녁 청와대 100m 앞 지점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횃불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송은석기자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저녁 청와대 100m 앞 지점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횃불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송은석기자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저녁 청와대 100m 앞 지점인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수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려진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송은석기자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저녁 청와대 100m 앞 지점인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수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려진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분노한 민심에 의해 횃불집회로 진화하고 있다.


애초에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던 목소리는 아예 대통령 구속과 체포 그리고 새누리당 해체와 같은 구체적인 처벌과 조치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집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엄중해지고 있는 것이다.

5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집회 현장의 민심이 즉각 하야와 탄핵은 물론이고 이 참에 정치 개혁으로까지 확산될 태세다. 대통령의 세 차례 담화가 분노를 북돋운데다, 탄핵을 두고 이합집산하는 정치권을 보면서 다 이상 정치권에 그 어떤 기대도 어렵다는 허탈감마저 안겼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의 분위기는 엄중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감지됐다.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시민들은 이전까지 보여줬던 모습보다 강하고 자극적인 언어로 대통령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 동안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 대신 “박근혜를 구속하라”와 “박근혜를 체포하라” 등의 외침 많았고, 정치권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도 여느 때보다 높았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즉각 퇴진과 구속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농민들도 8일부터 트랙터를 앞세우고 평택에서부터 올라올 테니 구속처분·부역자 청산의 기치를 치켜들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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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김벼리(18·여)양도 “우리는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내려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역사상 가장 부끄럽게 모멸감을 느끼며 내려오기 바란다”며 “지금껏 유례없는 평화적인 촛불집회에도 박 대통령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 조금 더 강한 저항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현장에서는 ‘개 작두’와 같은 섬뜩한 조형물이 등장했으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얼굴을 그려놓은 곳에 공을 차는 놀이를 하는 등 격한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또 수의를 입은 박 대통령 모형물은 집회 시간 내내 청와대 근처를 행진했다.

촛불로 만족을 못하겠다는 시민들은 LED 횃불을 제작해 들고 나섰으며, 실제 세월호 참사 날짜를 의미하는 416개의 횃불이 청와대를 돌았고,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뜻하는 7시 소등도 전국적으로 행해졌다. 특히 청와대 앞 100미터 앞까지 행진이 이뤄지면서 참가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 행진길에 만난 이수한(62)씨는 “잘못도 잘못이지만 저렇게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 박 대통령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거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의혹들로 ‘이 정도면 대통령이 물러날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민들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민심이 폭발 직전이라는 얘기다. 오는 9월 탄핵안 부결시 정치권 전체가 엄청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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