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민사6단독 이세창 판사는 변씨와 탁 교수가 서로를 상대로 “비방·모욕 글 등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각각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탁 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변씨를 상대로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변씨도 같은 해 12월 탁 교수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다툼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탁 교수를 ‘친노 종북 쓰레기’ ‘거짓 왜곡의 달인’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탁현민의 석사학위 청구 연구보고서, 연출개론서 벗겨 먹은 게 뻔하네요. 검증해 학위 취소시키겠습니다” “내가 미는 세력이 집권하면 탁현민 쇠사슬로 묶어서 광화문광장 돌며 ‘죽을 죄를 졌습니다’ 외치고 다녀야 해” 등으로 공격했다.
탁 교수는 이러한 트위터 글과 함께 변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미디어워치’에 게재된 기사가 자신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변씨도 탁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탁 교수는 지난 2014년 1월 ‘변리바바와 600인의 고기 도적’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변씨를 향해 “어떤 센 또라이 하나가 있다” “권력을 손에 쥔 무척 아픈 아이” “저 또라이가 밥 도둑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등으로 말했다. 변씨는 이 발언이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밥 도둑’ 발언은 변씨가 지난 2013년 12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보수단체 회원 600여명의 식사비용 1,300만원 중 300만원을 깎아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돈을 내지 않으려 한 사실이 알려져 이를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행위가 서로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참작하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두 사람은 인터넷 방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타인을 비판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일반인보다 폭넓게 누리고 있다”며 “그렇다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참고 받아들이는 범위 역시 넓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사람은 상대방 진영을 비판하는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활동에서 두 사람은 서로 명예훼손 또는 모욕 표현의 위험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러한 표현 행위를 법의 잣대로 쉽사리 제한하거나 책임을 엄격히 추궁하면 오히려 이들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올바른 사회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오히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유롭고 공개적인 논박을 통해 진리와 허위를 가리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제도와 이념에도 합치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두 사람은 서로를 형사 고소했지만, 무죄가 나거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