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이탈리아 국민투표]꺼지지 않는 포퓰리즘...유로화 가치 붕괴 부르나

BMPS 자본확충 철회 논의 등 伊 은행들 대규모 도산 위기

정부 부실채권 정리계획도 차질…유로존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산

내년 佛·獨·伊 일제히 선거…EU 정치상황도 급변 가능성

이르면 내년 4월께 '1弗=1유로' 전망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안이 부결되자 마테오 렌치 총리가 수도 로마의 총리궁(팔라초키지)에서 부인 아그네세 란디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퇴를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안이 부결되자 마테오 렌치 총리가 수도 로마의 총리궁(팔라초키지)에서 부인 아그네세 란디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퇴를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과 마테오 렌치 총리의 사퇴로 유럽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또다시 포퓰리즘이 촉발한 위기에 빠졌다.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은 이탈리아 은행은 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으며 포퓰리즘 확산이 유로화 가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이탈리아 은행권이다. 당장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의 50억유로 규모 유상증자 추진하던 JP모건과 이탈리아 투자은행 메디오방카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자본확충안 철회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또 민간 자금을 끌어모아 조성한 배드뱅크 격인 ‘아틀란테’펀드로 은행권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던 정부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은행권 회생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BMPS와 중소은행 포폴라레디빈첸자·베네토방카·카리게·방카에르투리아·카리키에티·방카델레마르케·카리페라라 등 8개 은행이 청산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레이 애트릴 내셔널호주은행(NAB) 글로벌외환책임자는 “이번주의 핵심은 기술관료가 이끄는 정부가 얼마나 빨리 구성되느냐는 것”이라며 “만일 과도정부 구성이 지연되면 은행권에 대한 우려와 유로화 가치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은행이 대거 도산 수순을 밟게 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 금융 시스템에도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그리스 등 유럽의 약한 고리에서 도미노처럼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는 내년 3월인 채권매입 프로그램 종료시점을 늦추는 대책 등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5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와 6일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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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포퓰리즘 확산과 ‘하나의 유럽’ 의식의 균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막을 길이 마땅치 않아 유럽의 정치·경제 리스크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내년 유럽연합(EU)에서는 탈퇴를 결정한 영국을 제외한 경제규모 상위 3개국인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정상급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일제히 치러지면서 유럽 정치·경제는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만약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과 극우 성향의 북부전선(NL)이 총선에서 세력을 넓힐 경우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Italexit)’ 움직임이 힘을 얻게 된다. 4연임 도전을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난민 문제로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 EU의 정치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들은 유럽의 정치불안으로 유로화 가치가 ‘1달러=1유로’까지 떨어지는 달러·유로 패리티 도래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까지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봤으며 소시에테제네랄과 내셔널호주은행(NAB)은 해당 시점을 내년 4월로 예상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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