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로 예정된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야3당과 여당 내 비박 등의 협조로 통과되면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황 총리의 권한은 어디까지일까.
헌법학자들의 다수설은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는 국정 마비를 막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한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임명직 공무원인 국무총리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인데 국무위원이나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중요한 협정이나 조약도 체결할 수 없다. 반대 의견으로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업무에 제약이 없는 만큼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소수설에 그쳐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권한대행 체제는 새로운 국정 추진 동력을 확보한다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현상 유지하는 데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탄핵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의기간(최대 180일)과 이후 60일 내 대선 실시 규정 등을 감안하면 최대 8개월간 주도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면 당장 19~20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여부와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31일로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 또 9명의 헌재 재판관 가운데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역시 내년 3월까지로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황 총리가 이 재판관의 후임도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황 총리가 ‘현상 유지’라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면 헌재 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남은 7명이 탄핵 심판에 대한 심리를 해야 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려면 이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헌법재판관의 인적 구성이 탄핵 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야권을 중심으로 ‘황교안 권한대행’을 용인할 것이냐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촛불민심이 현 정부의 연장선으로 인식될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당 내부에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 여당으로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 분위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당 비박계의 한 의원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만약 (9일) 탄핵이 가결된다면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될 텐데 여당 입장에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다”며 “특히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방대해 헌법재판소 심의기간이 야당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탄핵 가결로 내년 대선이 6~8월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대선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버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얘기하면 야당 입장에서는 어렵게 대통령 탄핵을 했는데 또 다른 복병을 만난 셈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을 용인하느냐를 놓고 야권이 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면서 다가올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반문(반문재인) 진영에서는 개헌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서다. 지난달 30일 손 전 대표는 국회의 한 토론회에서 “국회에 책임을 진 야당, 그중 제1야당인 민주당이 거국내각을 수립하고 탄핵 뒤의 개헌 논의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