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로 또다시 포퓰리즘 촉발한 경제위기 직면한 유럽

이탈리아 은행 도산 위기 직면…내년 '1달러=1유로시대' 현실화 우려도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과 마테오 렌치 총리의 사퇴로 인해 유럽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이후 또다시 포퓰리즘이 촉발한 위기에 빠지게 됐다.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은 이탈리아 은행은 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으며, 포퓰리즘의 확산이 유로화 가치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이탈리아의 은행권이다. 당장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의 50억 유로 규모 유상증자 추진하던 JP모건과 이탈리아 투자은행 메디오 방카는 5일 긴급 회의를 열어 자본확충안을 철회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또 민간의 자금을 끌어모아 조성한 배드뱅크 격인 ‘아틀란테’ 펀드로 은행권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탈리아 은행권 회생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BMPS와 중소은행 포폴라레 디 빈첸자·베네토 방카·카리게·방카 에르투리아·카리키에티·방카 델레 마르케·카리페라라 등 8개 은행이 청산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레이 앳트릴 내셔널호주은행(NAB) 글로벌 외환책임자는 “이번 주의 핵심은 기술관료가 이끄는 정부가 얼마나 빨리 구성되느냐는 것”이라며 “만일 과도정부 구성이 지연되면 은행권에 대한 우려와 유로화 가치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은행이 대거 도산 수순을 밟게 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 금융시스템에도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그리스 등 유럽의 약한 고리부터 도미노처럼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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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8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는 내년 3월인 채권매입 프로그램 종료 시점을 늦추는 등의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5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와 6일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퓰리즘의 확산과 ‘하나의 유럽’ 의식의 균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막을 길이 마땅치 않아, 유럽의 정치·경제 리스크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내년 EU에서는 탈퇴를 결정한 영국을 제외한 경제규모 상위 3개국인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정상급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일제히 치러지게 되면서 유럽의 정치 경제는 거대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만약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과 극우 성향의 북부전선(NL)이 총선에서 세력을 넓힐 경우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Italexit)’ 움직임이 힘을 얻게 된다. 4연임 도전을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난민 문제로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 EU의 정치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들은 유럽의 정치불안으로 유로화의 가치가 ‘1달러=1유로’까지 떨어지는 달러-유로 패리티 도래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 연말까지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봤으며, 소시에테제네랄과 내셔널호주은행(NAB)는 해당 시점을 내년 4월로 내다봤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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