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트럼프, TPP 퇴짜' 틈타 中 주도 RCEP 탄력…美 보호주의 압박

6일부터 인도네시아서 협상

TPP선 한발 물러난 韓

이번엔 대표단 50명 참석

되레 협상력 높일 기회로

中, 자국 내 추가 개방 시사

日, 美에 불만 쏟아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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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16개국의 무역장벽을 허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공식 협상이 진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이 주도하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을 틈타 중국이 대항마인 RCEP 협상의 속도를 높여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에서 오는 10일까지 인도네시아 탕에랑에서 RCEP 16차 공식 협상이 열린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협상에는 유명희 산업부 FTA 교섭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대표단 50여명이 참석한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와 한국과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FTA다. 참가한 16개국의 인구는 약 35억명,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는 약 22조4,000억달러로 전 세계 비중의 30.6%를 차지한다. 협상이 발효되면 아시아와 태평양을 아우르는 거대한 경제권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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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는 미국 주도로 일본과 멕시코·호주·뉴질랜드·베트남 등 12개국이 무역장벽을 허물기로 한 TPP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TPP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한 ‘아시아 회귀(Pivot-to-Asia)’ 전략의 핵심이다. TPP 참여국들의 경제 규모는 27조4,000억달러(37.4%)로 RCEP보다 크다.


중국은 RCEP를 통해 아태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가 굳어지는 것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주도로 지난해 10월 협상이 타결된 후 올해 2월 서명까지 마친 TPP와 달리 RCEP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타결 시한(2015년)을 올해로 1년 연장했지만 아직 14개 협상 분야 가운데 경제기술협력 1개 챕터만 타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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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가 FTA 주도권 싸움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급반전됐다. 트럼프는 TPP를 ‘잠재적인 재앙’으로 부르며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는 즉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TPP의 무산은 RCEP 주도국인 중국에는 기회다. 또 국내적인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TPP를 들여온 일본과 호주 등의 동맹국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에 더해 TPP에 참여하지 못하고 RCEP 회원국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는 되레 메가 FTA 전선에서 협상력을 높일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RCEP 협상에서 각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협상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는 동시에 자국 시장을 더 개방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협상을 급진전시킬 수도 있다. 일본 역시 RCEP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TPP 탈퇴’ 방침에 대한 불만을 표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까지 RCEP 협상을 알릴 때 “동아시아 역내 경제통합 진전을 위해 상호호혜적인 협정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이었지만 16차 회의를 앞두고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태 지역 메가 FTA로서 RCEP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참여국들 모두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미 FTA 재협상까지 언급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으로 해석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RCEP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중국도 자국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해야 하기 때문에 논의가 진전돼도 실제 타결까지는 꽤 오래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각국들이 RCEP를 앞세워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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