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손꼽히는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다. 화이자·애보트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기업 간 합병과 제휴로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면서 이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이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유전자치료제 기술을 5,000억원 규모로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도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유전자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인체 내에 바로 주입하거나 유전물질을 넣은 세포를 인체 내에 주입해 치료하는 방식의 바이오의약품을 말한다. 기존 합성 의약품으로는 치료가 어렵거나 완치가 힘든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7건의 품목이 허가됐다. 중국과 필리핀·러시아에서 개발한 유전자치료제들은 자국 내에서 한정적으로 상용화돼 글로벌치료제로서 인정을 받지는 못했으나 지난 2012년 10월 유럽에서 네덜란드의 유니큐어가 개발한 ‘글리베라’가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글리베라는 지단백지질분해효소 결핍증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암젠이 악성흑색종 환자의 1차 시술 후의 병변에 직접 주사해 피부와 림프절 병변을 치료하는 ‘임리직’을 미국에서 허가받았고 6월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아데노신 데아미나아제 결손에 의한 중증 복합 면역결핍증 치료제 ‘스트림벨리스’가 유럽에서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선진국의 허가가 이어지면서 연구개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유전자치료제 임상 건수가 2,409건에 이를 정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임상 19건에 그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와 바이로메드의 VM202, 제넥신과 신라젠의 제품들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기대가 크다.
이와 같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치료제는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철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현재 바이오 관련 인력과 예산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일례로 식약처 의약품 허가·공무원의 1인당 허가 건수는 미국의 10배에 이른다. 법령상 바이오의약품의 정의와 범위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1일 발표된 식약처에 바이오의약품 개발 지원과 허가심사를 전담하는 ‘바이오심사조정과’를 내년 5월께 출범시킬 것이라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는 2017년에는 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전담부서를 통해 허가 기간이 조금이라도 단축되고 바이오 관련 예산도 증액돼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에 발맞춘 정책과 제도가 선제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주광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