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6)의 피해가 1,000만리가 살처분됐던 지난 2014~2015년을 능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의심 신고된 강원 철원군의 산란계 농장이 지난 3일 고병원성 AI H5N6형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경북과 경남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1일 의심 신고가 접수됐던 전남 장성군의 산란계 농장도 3일 고병원성 AI H5N6형 확진 판정을 받았다. AI 의심 신고도 계속됐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의 한 농가에서는 4일 육용 오리 200마리가 폐사해 전북도가 역학조사에 나섰다. 3일에는 경기 포천과 평택의 산란계 농장, 경기 양평의 육용 오리 농장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AI 확진 판정을 받은 지역은 충북 음성·청주·괴산, 경기 안성·양주·이천·평택·포천·화성, 충남 아산·천안, 전남 나주·무안·해남, 전북 김제, 세종 등 7개 시도, 18개 시군이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첫 의심 신고가 발생한 후 이날 현재 전국에서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는 총 127개 농가, 383만3,000마리에 달한다. 이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669일간 지속돼 1,087만마리가 살처분됐던 것과 비교하면 확산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다. 2008년 발생해 42일간 이어진 때도 1,020만마리가 도살 처분된 바 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014년에서 2015년에 발생했던 바이러스보다 병원성과 전파력이 강해졌다”며 “단기간에 집중적인 폐사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한 후 위기경보의 마지막 단계인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펼치고 있지만 추가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철새 유입이 늘어날 예정인데다 소독약마저 얼어붙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춰보면 AI는 주로 12월에 발생해 다음해까지, 1월에 발생해 5~6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철새 유입은 방역 당국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된 철새는 2013년 113만3,000여마리에서 올해 초 160만여마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철새 종류도 140여종에서 190여종으로 늘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