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10여 차례의 대책이 쏟아진 때가 있다. 바로 참여정부 시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차례 대책이 나왔지만 정작 부동산 값은 상승세가 지속됐다는 점. 참여정부가 끝날쯤에나 아파트 값은 하락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참여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당시 부동산 경기가 사이클상 상승국면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세 상승장 앞에서는 백약이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어 급랭하자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이면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다 청약제도를 강화한 ‘11·3 부동산대책’ 등 대책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사이클상 ‘약보합·침체국면’에 접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 경기 사이클은 과거와 달리 진폭과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4·4분기 들어 부동산 경기는 위축 국면에 들어섰고 여기에 대책까지 겹쳐 현재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봐야 될까.
필자는 굳이 대책이 없었더라도 현재의 조정국면은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과 강남권 재건축이 좀 특이했지 하반기 들어 조정국면 양상이 감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정국면 없는 장기호황은 이론상 쉽지 않고, 설혹 가능하더라도 ‘거품’을 키운다는 점에서 현재의 국면은 한 번쯤 반드시 거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조정국면의 진폭과 주기다. 다시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길어지면 이른바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으로 이어진다. 부동산으로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은 자칫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경착륙이 불러온 여파는 매우 크다.
일본의 경제불황이 부동산 경기 경착륙에서 시발됐고 그 기간이 너무 길게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됐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76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건설사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추고 공급물량 조절에 나서야 한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이유 중 하나는 조정국면에 건설사들이 대거 아파트 공급을 해서다. 조정국면에도 호황기에 맞는 공급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더불어 ‘착한 분양가’로 승부해야 한다. 시장은 조정국면인데 고 분양가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실수요자들도 시장을 외면하게 된다.
부동산 정책도 조정국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아닌 부동산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주도권을 쥐는 게 옳다. 금융당국의 대책 실수 중 하나가 ‘8·25 가계부채 대책’이다. 이 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켰다. 건설금융인 중도금 집단대출을 컨트롤해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출발부터가 잘못 돼서다. 가계부채는 가계부채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여기에 부동산을 주요 정책 수단으로 삼다 보니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다.
일련의 부동산 대책 수립 과정에서 국토부의 주장은 번번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앞세운 힘센 금융당국에 밀렸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에 맞는 탄력적인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 조정국면에서 대책은 시장을 잘 아는 정책 플레이어가 판단하는 것이 더 낫다. /ljb@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