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아니면 진짜 태풍이 될까.
이 시장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빅3’를 이루고 있다. 탄핵 정국이 끝나면 촛불과 함께 사그라질 것인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대권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 2,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이 시장은 14.7%로 문 전 대표(20.8%), 반 총장(18.9%)에 이어 2주 연속 3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전주에 비해 2.8%포인트 올라 3주 연속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갈아치웠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9.8%)를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에서도 앞섰다.
이 시장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는 수도권·2030세대·화이트칼라 등의 전폭적인 인기에 힘입고 있다. 정치 반감을 넘어 혐오감까지 느끼던 이들의 대변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 시장의 역량을 PGA 현상으로 압축했다. 우선 개성(personality)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닌 청중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연설 능력이 대중들의 가슴을 때린다는 것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시장이 최근 호남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바 게이트(gate) 정국에서의 이슈선점 효과도 이 시장이 오롯이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 본부장은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애플과 삼성이 시장을 선점한 후에 다른 업체들이 힘을 못 쓰는 것처럼 최근 게이트 정국에서는 이 시장이 퇴진·탄핵이라는 이슈를 선점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이 제시한 의제(agenda)도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이 시장의 경우 평소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자신이 추진해온 친환경 무상급식, 중학교 무상교복지원,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등 소위 ‘3대 무상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알려왔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 시장이 차기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느냐는 점은 아직 의문이다. 일단 민주당 내부에서 문 전 대표를 넘어야 한다. 친문(친문재인)계가 당을 장악한 만큼 당원보다는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야 유리한데, 최소 2등을 차지해 결선투표를 치르면 해볼 만 하다는 전망도 있다.
사이다와 고구마 발언으로 최근 관심을 모은 것처럼 문 전 대표 측에서도 적잖게 신경쓰는 분위기다. 이 시장이 선전하면 대선후보 경선 흥행에 도움은 되겠지만 이 시장의 지지도가 문 전 대표를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경제 분야 등 보수적인 이슈에서 이 시장이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도 의문이다. 배 본부장은 “‘뉴 이재명’으로 한번 더 도약한다면 유의미한 대권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