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낮은 자세로 칼날 질문 피해간 이재용 화법

“송구스럽지만….”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열린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유난히 이런 말을 자주 썼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기승을 부릴 때 삼성의료원의 대응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총수가 카메라 앞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청문회에 특히 많은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로비 의혹,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 등에 대해 이 부회장을 집중 공격했다. 이 부회장은 “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 사전에 보고받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민감한 질문을 피해갔다. “삼성 대신 저를 꾸짖어 달라”며 임직원들을 감싸는 자세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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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부회장의 전반적인 답변 자세에 대해 “말투가 다소 어눌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가 어눌하면서도 낮은 자세의 화술을 이용해 의원들의 공격을 적절히 방어했다는 평가도 많다. 이 부회장은 답변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 자신을 다그치는 의원들 앞에서 끝까지 평정심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의원들은 이 부회장의 입을 통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 등 삼성 고위임원들이 정유라 지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캐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의원들의 미래전략실 해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 요구에는 분명한 자세로 수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이 묻기도 전에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은 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즉석에서 내린 파격적 결정인지, 사전에 준비한 답변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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