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외풍 휘둘리는 국가R&D] 연구재단 투자관리 능력도 낙제점

신용 C등급 부실기업 투자 승인

1호펀드 10년수익률 겨우 5.9%

미래부, 연말에 청산하기로



한국연구재단의 투자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연구재단이 정부 기금을 위탁받아 투자관리를 맡은 과학기술사모투자전문회사 1호(과기펀드 1호)가 10년간의 운용 끝에 부진한 성적을 내며 연말께 청산된다. 지난 2006년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진흥기금 400억원에 민간재원 100억원을 보태 500억원 규모로 조성했으나 10년간 원금대비 투자회수율이 5.9%에 그쳐 채권투자 수익률(당시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연 4.95%)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재단은 과기펀드1호를 한화인베스트먼트에 맡겨 왔는데 부실기업에 투자하는데도 이를 승인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구재단은 지난 2014년 3월 과기펀드1호에서 24억원을 카오디오 제조사인 쌔앤씨오토모티브에 투자하도록 승인했는데 이 회사는 이미 전년 말 부채비율이 2,278%에 달해 신용평가 9등급(C등급)이었고 2012년부터 2년 연속 당기순손실 등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러나 연구재단은 투자에 제동을 걸기는 커녕 손실보전조치마저 제때 취하지 못해 투자원금의 71%(17억원) 이상을 날렸다. 감사원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연구재단 담당직원들을 징계조치하고 투자손실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측은 “징계 통보를 받은 기관은 2개월내에 조치를 수행해야 하는 데 아직 연구재단으로부터 조치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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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100원을 투자해 10년만에 105.9원을 회수했다는 뜻인데 이는 실질적으로는 원금을 까먹은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과기펀드 1호가 연말 10년간의 운용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1년씩 최장 5년까지 연장해 운용할 수 있지만 청산하기로 했다.

과기펀드1호는 다른 중소기업에도 부실투자했다가 올해 초 41억원대의 투자원금과 이자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적공방 중이다.

한편 2007년 결성된 700억원 규모의 과기2호펀드(SBI인베스트먼트가 운용)는 현재까지 9년간 48%정도의 원금대비 투자회수율을 기록해 1호펀드보다는 우수하지만 내년 말 10년 약정기간이 만료되면 역시 청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호 펀드 조성시 과기진흥기금의 국채 발행이자비용(10년만기 기준 연 5.56%)을 감안하면 이 펀드도 채권투자 수익률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기펀드를 청산하는 것은 과기진흥기금도 고갈되고 있어 자금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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