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영화 '판도라'속 원전 폭발 실제 가능할까] 고리1호기, 원전 바로 밑 진도 6.5에도 버텨

영화선 극적 요소 위해 과장

2018년엔 7.0까지 견디게 보강

원전밸브 3만개 부식·고장 여부

모두 고유 번호 있어 관리 충분

방사능 유출 정도 숨길수 없고

비상사태땐 대응 매뉴얼 가동

후쿠시마 사고·납품비리 등 따른

신뢰회복은 정부·한수원 숙제로

영화 판도라에서 나온 원전 폭발 장면./예고편캡쳐영화 판도라에서 나온 원전 폭발 장면./예고편캡쳐






“아니 터진 밸브 하나 못 막고 어떻게 원전이 폭발하게 놓아두나” “최순실에게 줄 돈을 원전 안전을 보강하는 데 썼어야지!”

조조할인 시간에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 관련 블록버스터 ‘판도라’를 본 관객들은 느낀 두려움을 나가는 엘리베이터에서까지 쏟아냈다. 영화 시작에 ‘실제와 같은 일이 있더라도 우연이라고 알려드린다’고 했지만 관객들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는 개봉 둘째 날인 8일 기준 관람객 평점이 9점을 넘어섰고 예매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감독은 “현실성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영화가 극적 요소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신문은 한수원이 말하는 영화 ‘판도라’에 대해 들어봤다. 이는 영화를 본 한수원 소속 원전 엔지니어들의 공식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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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에 나온 6.1의 지진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는 가정에 대해 얘기했다. 한수원은 “영화에서는 지진이 어디에서 발생한지 안 나오는데 영화의 모델인 고리 1호기는 바로 밑에서 규모 6.5를 버티도록 설계돼 있다”며 “오는 2018년까지 전체 원전은 7.0까지 견딜 수 있게 보강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지진으로 원자로 건물 내에 57번 냉각수 밸브가 터진 후 원자로 내 냉각수 수위가 내려가고 압력이 커져 원전이 폭발한다는 상황을 설정했다. 이에 대해 “밸브 한 곳이 터져도 유출된 냉각수를 보충하는 주입 설비와 펌프 시스템이 이중삼중으로 장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540킬로파스칼(㎪·㎠당 5.4㎏의 압력)에서 원자로가 폭발하는 장면에 대한 해설도 덧붙였다. 한수원은 “원자로 건물은 극한압력인 1,310㎪까지 안전성이 유지된다”면서 “또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압력을 낮추는 살수계통이 있고 영화 또는 후쿠시마 원전처럼 수소폭발을 원천 방지하기 위한 무전원수소재결합기(수소제거기)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TMI 원전에서 핵연료가 녹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전 폭발은 없었다.

“원전 밸브는 3만개, 배관은 170㎞라 40년이 지나면 부식을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밸브와 배관은 ‘배관 관육 프로그램’에 따라 정기검사를 하고 모든 원전 설비는 식별 고유번호가 있어 각각 관리할 수 있다.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만료되면 종합안전성평가 2년, 인허가심사 2년, 설비개선 3년 등 총 7년의 안전검사를 한다”면서 “검사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AEA) 전문가와 민간단체도 함께 수행한다”고 전했다.

영화에서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폭발을 은폐하지만, 결국 폐연료봉을 저장한 수조 위에 달린 IAEA 폐쇄회로(CC)TV가 이를 포착해 세상에 실상이 알려진다. 이후 정부는 “방사능 비상사태 발생 시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른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다. 한수원은 “원전 주변 지역에 수많은 방사능 측정장치가 있다”면서 “사고가 터지면 주민들이 바로 방사능 유출 정도를 알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숨긴다는 설정은 과장”이라고 전했다.

영화에서는 정부와 한수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외부 요인에 더해 원전 납품비리를 비롯한 각종 사건으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진 부분도 있다. 오는 2029년까지 원전을 조기 폐로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스위스만큼 원전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원전은 산업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약 30%를 담당한다. 신재생에너지가 더 확산돼 원전이 필요 없을 때까지는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할 국가의 한 부분이다. 한수원은 “영화를 계기로 한수원은 원전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더 깊이 받아들여 안전을 최우선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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