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꿈이 탑건(Top Gun)으로 이뤄졌다. 공군 최고의 명사수를 뽑는 ‘올해의 탑건(Top Gun)’에 오른 김학선 소령(36·공사 51기)이 그 주인공.
제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 소속 F-15K 전투조종사인 김 소령은 지난 10월 4∼19일 열린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6㎞ 상공에서 4m 반경 안에 있는 지상 목표물을 정확하게 명중시키는 실력을 뽐냈다. 지상 표적을 공격한 뒤 가까운 거리에 불시에 나타난 적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비계획 표적 공격 및 근거리 공대공’ 종목에서는 만점을 받는 등 1,000점 만점에 995점을 획득해 ‘탑건’의 영예를 안았다.
김 소령은 “어려서부터 전투기와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고 중학생 때부터 전투조종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편조원들과의 팀워크와 가족의 헌신, 정비 무장요원들의 전문성이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 임관한 김 소령은 각종 비행훈련을 거친 뒤 2005년 제10전투비행단에서 F-5 조종사로 전투비행대대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F-15K 조종사로 선발된 뒤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주기종인 F-15K 1,300시간을 포함해 모두 1,8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는 김 소령이지만 지난 2010년 2월에는 임무수행 중 F-15K 전투기 2개의 엔진 중 하나가 꺼지는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
김 소령은 “지금까지 엔진이 꺼진 경우는 그 때가 유일했다”며 “훈련받은 대로 비상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령은 이 일로 비상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대원에게 주는 ‘웰던(Well Done)상’을 받았다. 그는 2012년에는 러시아 전술정찰기 SU-24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자 즉각 대응 출격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김 소령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동료 조종사들이 순직했을 때를 꼽으며 “친한 선배 조종사의 영결식장에 가서는 조종사가 되는 것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탑건에 선정되면서 받은 상금 150만 원을 순직 조종사 자녀들을 위한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적진으로 돌진해 산화했던 원로 선배 조종사 고(故) 임택순 대위의 수첩에 적힌 ‘사생유명 부족론, 남아종용 왕대공(死生有命 不足論, 男兒從容 往大空)’이라는 말을 출격할 때마다 가슴에 새긴다고 말했다.
한편 ‘2016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시상식은 9일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열린다. 단체부문 최우수대대로는 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F-15K기 부문), 19전투비행단 161전투비행대대(F-16기 부문), 18전투비행단 105전투비행대대(F-5기 부문)가 선정됐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