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i(아이)를 l(엘)로···"회사 이메일·직인 해킹해 2억여원 가로챈 국제사기단 검거

‘i’를 ‘l’로 교묘하게 속여 2억여원의 물품 대금을 가로챈 국제사기단. /출처=중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i’를 ‘l’로 교묘하게 속여 2억여원의 물품 대금을 가로챈 국제사기단. /출처=중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이메일 주소, 회사 직인 등 무역회사 이메일을 해킹해 2억원이 넘는 물품대금을 빼돌리려 한 국제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9일 부산 중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나이지리아인 O(31)씨, M(35)씨, K(29)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공범인 미국인 D(3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월 22일께 부산의 선용품 무역회사 L사와 러시아 해운회사 S사에 선용품 대금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 21만 2,400달러(한화 2억 3,640만원)를 빼돌리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 들어와 해킹한 이메일을 통해 부산의 L사가 러시아 S사와 선용품 거래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이들은 L사 명의로 이메일을 해킹하고 선용품 거래 대금 명목으로 S사에 21만 2,400달러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S사는 거래업체인 L사 대표이사의 직인과 자필 서명이 적혀있는 서류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사실 이들이 S사에 보낸 이메일 주소는 L사의 공식 이메일 주소 철자 중 형태가 비슷한 ‘i’를 ‘l’로 바꾼 것이지만 S사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2억여원의 거래 대금을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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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무역 사기 행각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대금 요청을 하지 않은 L사가 선용품 대금을 송금했다는 S사의 연락을 받고 L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 였다.

S사가 대금을 송금한 곳은 이들이 사전에 물색해둔 서울의 한 잡화상 임모(67)씨의 은행계좌로 확인돼 경찰은 임씨와 피의자들의 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다행히 임씨는 21만 2,400달러 중 4,000달러만 환전해 사용한 상태여서 경찰은 즉시 은행 측에 지급정지를 요청해 더 이상의 인출을 막았다.

경찰은 은행에 돈을 찾으러 온 K씨와 D씨를 현장에서 검거하고, 이들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O씨와 M씨도 붙잡았다.

이어 경찰은 송금된 돈의 일부를 꺼내쓴 임씨의 관계를 추궁하는 한편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공범이 있는 미국과 중국 수사당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점조적 형태로 전 세계에 걸쳐 이메일을 통해 사기범행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무역회사의 경우 내부운영 차원에서 전자 보안을 강화하고 해외업체와 거래할 때는 관계서류를 비롯한 정보를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세영인턴기자 sylee230@sedaily.com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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