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한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국민 일상 잠식한 최순실게이트

올해 풀어야 할 최우선순위 과제

정치권 현명한 판단 필요한 때



어느새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 섰다. 올 한 해 역시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수많은 선택의 교차로에 서 고민을 했고 선택 후에는 불필요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나름의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매년 말, 언제나 그랬듯이 뿌듯함보다는 후회가 더 많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조금만 더 우선순위에 민감하고, 조금만 더 미리 준비하고, 조금만 더 세밀하게 검증하고 발걸음을 옮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주변 상황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잡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사상적 흐름이나 사람들의 생각의 속도도 조금 알 만하면 휙 바뀌는 속도전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가만히 정리해보면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우물쭈물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을 자신의 묘비명에 기록했다고 하는데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하는 속도만큼 변화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의식의 대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공동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마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그런데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어디인가를 향해 분주한 걸음을 옮기고는 있는데 과연 그것이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물음 앞에서는 모두 자신이 없어 하는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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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하려는 일들을 정리하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일은 생명을 걸고서라도 진행하고 완수해야만 하는 절대성을 가진다. 그런데 이런 일일수록 섣불리 대처할 수 없는 어려운 점이 있다. 둘째는 긴급하지만 중요하지는 않은 일이다. 대체로 이런 일들은 추진하는 사람들의 힘을 소진시키는 경향이 있고 일을 완수한 후에도 크게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일은 대체로 중장기정책에 속한 일인 경우가 많다. 경험상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의 부담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작 중요한 시점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할 때 이런 일들을 간과하고 있었을 경우에는 커다란 낭패감을 맛보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다. 이런 일들이야 관여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쉽게 하지만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때로는 인간적인 정이나 관계에 이끌려 마지못해 하고 있든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해를 부지런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희망차게 설계해야 하는 시기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 아니 모든 사람의 일상을 뒤덮고 있다. 누구를 만나든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최순실 게이트다. 수능시험 결과를 받아든 고3 수험생들도 자신의 참담한 시험점수를 ‘모두 최순실 탓’이라고 말한다. 자기소개서만 60장 이상 썼지만 번번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는 취업준비생도 ‘모두 최순실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은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이 안 돼도, 또 승진에서 누락이 돼도 모두 최순실 게이트 탓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이 나라에서 정말 긴급하고 중요한 최우선순위를 가진 일이 무엇일까. 질문 자체가 우문이지만 굳이 답하자면 바로 최순실 게이트의 조속한 해결이다. 역사는 우선순위에 대한 바른 선택과 집중을 하는 개인이나 공동체에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어이없는 상황 때문에 흘리는 국민의 눈물이 거둬지고 따뜻한 성탄과 정돈된 연말, 또 소망이 넘실대는 새해를 맞기 위해 정치지도자들이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상식과 균형감각을 가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간절히 기도의 자리에서 두 손을 모아본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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