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며 ‘애묘인’을 자처하는 이상준(32)씨는 평소 방치된 길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길고양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이씨는 최근 알게 된 한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앱에서 특정 아이콘을 누르면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 1g이 자동 기부돼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나리(23)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친구가 ‘공유’한 게시글을 접했다. 게시글에는 돌봐주는 사람 없이 힘겹게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독거노인들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게시글을 공유했다. 그 순간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기부금에 1,000원이 적립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기부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과거에 전화를 통한 모금이나 자선단체에 직접 납부하는 것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기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온라인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며 상당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기부 포털 ‘해피빈’의 연도별 기부금액 추이를 보면 지난 2014년 75억7,000만원에서 2015년 86억9,000만원, 2016년에는 이달 6일 기준으로 89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매년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의 ‘같이가치 위드 카카오’의 경우 2014년 24억5,000만원에서 2015년 23억5,000만원으로 약간 감소했으나 2016년에는 이달 5일 기준 약 28억원을 모금하며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최근 발표한 ‘2016 기빙 코리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모금 캠페인은 소규모 비영리조직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일반 시민의 이용이 많은 포털사이트의 모금 플랫폼으로 단기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포털의 기부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한 사회복지기관의 관계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포털의 기부 플랫폼은 손쉽게 기부 캠페인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온라인 기부활동에 적극적이다. 간단하게 클릭 한 번으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편의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부자의 성향에 따라 기부 대상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온라인 기부 포털이나 관련 앱을 살펴보면 독거노인이나 다문화가정 같은 전통적 지원 대상뿐 아니라 길고양이나 환경 분야, 심지어는 취업준비생 등 기부 지원 대상이 다양하다. SNS를 통한 기부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이다솜(27)씨는 “온라인 기부는 다양한 기부 캠페인 중 내가 원하는 곳에 바로 기부할 수 있어 뿌듯함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기관의 관계자는 “아직 중장년층은 전화 모금이나 정기 납부 등의 전통적 방법을 선호해 기부금액만 보면 온라인 기부라고 해 더 많은 금액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모바일이나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새로운 기부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기부활동이 새로운 기부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관련 통계나 연구는 아직 변변치 못한 실정이다. 기존에 기부활동을 주도한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은 민법상 목적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나 중앙 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온라인 기부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일반 회사처럼 운영하며 상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에서 발표하는 연도별 총기부금액도 국세청에서 확인된 내용만으로 추산하기 때문에 전체 기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온라인 기부는 법과 제도도 달라 현황을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속적인 기부를 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목을 끌기 위해 특정 사회 이슈만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다 캠페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칫 자극적으로 변질할 우려도 있어서다. 한 사회복지기관의 관계자는 “전 세계의 호응을 받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온라인 기부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세를 얻기 위해 이뤄지거나 단순한 놀이로 전락한 면도 있다”며 “기부가 꼭 엄숙할 필요는 없지만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기부를 하면서도 의미를 살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상미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0년대 들어 일반 기부액은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기부는 꾸준히 성장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만 온라인 기부는 모금액을 확보하고자 특정 이슈에 쏠리는 ‘몰림 현상’이 나타나 전문성이 없는 조직 등 너도나도 특정 이슈 기부 캠페인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