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년이 또 지고 있다. 우리는 1년 더 늙었고 1년 더 은퇴에 가까워졌으며, 노후준비 기간은 1년 더 짧아졌다. 가끔씩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혹은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랄 때도 있었지만, 시간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는다. 거실에 걸린 시계를 치워버린다고 시간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집안 한 가득 시계를 걸어놓는다고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평등하다. 하지만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은 대체로 불리한 조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준비기간은 짧아지고, 노후는 점점 가까워지니 연말은 1년의 시간이 또 그렇게 흘러가버렸다는 안타까움의 시기이기도 하다.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안타까움은 더하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노후준비 평균점수는 62점이다. 언뜻 보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쁜 수준도 아니란 느낌이 든다. 평균은 많은 것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많은 것을 감추기도 한다. 시험을 본 어떤 두 학생의 성적이 각각 0점과 100점일 때 이 둘의 평균은 50점이다. 그래서 이 둘을 모르는 사람은 50점이란 평균점수를 보고 이 학생들은 문제를 반 정도 맞출 수 있는 보통 정도의 학생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한 학생은 모든 문제를 맞춘 우등생이고, 다른 학생은 문제를 다 틀린 소위 열등생이다. 평균의 함정이다.
노후준비 평균점수 62점도 사실은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한다. 62점이란 뜻은 노후에 필요한 노후자금 대비 현재 준비되고 있는 노후자금이 62% 정도 된다는 뜻이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노후준비를 하면 62만큼의 노후자금이 모인다는 뜻이다. 문제는 저 62점이 수 많은 사람들의 평균에 지날 뿐 내 점수가 아니란 것이다. 어떤 이는 100점 혹은 그 이상 또 어떤 이는 아예 0점이 될 수도 있다. 62점이 기준점이 될 수도 없고 목표가 될 수도 없다. 내 점수가 얼마인지 계산해내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노후준비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의 기대수명과 노후의 예상 월생활비를 고려해 노후에 필요한 전체자금의 규모를 산출하고, 각종 연금을 포함해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노후준비를 은퇴시점까지 지속할 경우 모을 수 있는 준비자금도 산출한다. 이 두 자금의 규모를 비교해서 나온 것이 본인의 노후준비 점수다. 100에 가깝다면 노후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이고, 0에 가깝다면 지금 당장 노후준비에 나서야 한다.
자신만의 숫자를 구했다면, 그 숫자에 맞는 전략을 새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62점이 안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새로이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62점을 넘어 100점에 가깝다면 이제 현재의 삶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