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지난주 말 이틀 동안 경제 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동선은 13년 전인 2004년 3월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비슷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할 때 긴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오후 예정된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만남이 불발로 끝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통령 탄핵 이후 경제팀의 경제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내외 악재에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경제는 더 어려운데 이를 헤쳐나갈 경제 사령탑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헌재 전 부총리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경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당시 시장은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의 충격으로 요동쳤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유 경제부총리 역시 탄핵 직후 긴급 간부회의 소집, 임시 국무회의 참석,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주재한 데 이어 이튿날도 경제5단체장 간담회, 확대간부회의 등을 잇따라 주재했다. 셋째날에도 외신기자 간담회를 별도로 열었다. 유 부총리가 이 같은 자리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비상경제대응반 즉시 가동해 24시간 모니터링 △기존 정책 일관성 유지 △대외 신인도 유지 노력 △경기 방어 위한 조기 재정집행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관가 안팎에서는 유 부총리가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이 전 부총리처럼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노동계가 유 부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혁 현안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는 하지만 유 부총리를 경제 사령탑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역시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노사정 대타협하고 다음날 바로 신뢰를 깬 것이 정부”라며 “생색내기가 아니라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제 컨트롤타워 문제를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했지만 탄핵정국에 후순위로 밀리면서 아직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인데 한 번 꺾이면 다시 끌어 올리는 데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임지훈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