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돌아본 2016년 고용시장] 서류전형부터 줄줄이 쓴잔...취준생 '시련의 한해'

■설문으로 본 취업시장 현실

상장사 신입 채용 올 7.6% 줄어

평균17곳 서류 보내면 2곳 OK

80% "직무적성 준비기간도 짧아"

면접때 '갑질' 질문 경험도 일쑤

취업가능성 100점만점에 54점

취준생이 지난 9월 서울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취업박람회’에서 기업 채용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취준생이 지난 9월 서울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취업박람회’에서 기업 채용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업준비생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한 해였다. 청년실업률 수치는 연초인 2월부터 12.5%를 기록, 관련 통계가 산출되기 시작한 지난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에는 취준생 수가 65만명을 돌파했다. 이 역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실제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통계청이 제시하는 수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라며 “최근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취업 가능성을 묻는 설문을 실시했는데 100점 만점에 평균이 54점으로 나왔다. 자신감도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취준생들의 자신감을 이토록 떨어뜨린 취업 관문은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부다.


취업 관문의 첫 단계는 서류전형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그 전형을 넘는 게 쉽지 않았다. 인크루트가 하반기 신입공채에 지원한 구직자 7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준생은 평균 17.2개의 기업에 지원했고 그 중 고작 2.7개의 회사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취준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은 오히려 신입 채용의 규모를 줄여 서류통과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840개 상장사의 올해 채용 규모는 전년에 비해 7.6%가 감소했다. 대기업의 경우 지난 해에는 1개 기업당 169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그보다 6.02%(10명)가 준 159명만 채용했다.

관련기사



어찌 됐든 서류를 통과한 취준생들도 기쁨을 누리는 순간은 잠시였다. 서류전형 결과 발표 후 짧게는 3일에서 길어도 7일 후에 치러야 하는 직무적성검사 준비에 대한 부담 탓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취준생들에게 ‘5일의 인적성검사 준비 기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결과 43%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고 40%는 ‘약간 부족하다’고 답했다”며 “취준생 10명 가운데 8명이 5일의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보인 셈인데 취준생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무적성전형 준비기간은 평균 21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설문조사는 인크루트 회원 746명을 대상으로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이메일로 이뤄졌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치른 취준생들 상당수는 소위 말하는 기업들의 갑질을 경험해야 했다. 인크루트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올 하반기 면접 경험이 있는 회원 5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직자들의 74.1%는 면접관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해 이뤄진 동일한 설문조사 결과(63.3%) 에 비해 10.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응답자들이 밝힌 갑질의 유형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가득한 질문’이 17.6%로 가장 많았고 ‘인맥·집안환경·경제상황 등 사적인 것을 묻는 질문’이 14.6%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무관심, 무성의한 태도, 비웃음 등’도 대표적인 갑질로 지목됐다. 한발 더 나가 ‘사진이 실물보다 낫네요’, ‘경험이 없네요, 머리가 텅텅 비었네’ 등의 인신공격성 비하발언과 ‘애는 언제 낳을 건가요’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도 취준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절반 가량(48.8%)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응했다’고 답해 부당한 갑질을 당해낼 수 밖에 없는 을의 현실을 보여줬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도움말=인크루트

임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