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의약업체 알테오젠이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 받는 ‘항체-약물 접합(ADC)’ 치료제에 대한 임상 시험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ADC 개발 경쟁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알테오젠은 ADC 기술을 적용한 유방암 치료제 ‘ALT-P7’의 임상 1상 시험을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식약처 심사에 한두 달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임상 시험은 내년 초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재(사진) 알테오젠 대표는 “이번 임상 시청은 로슈·화이자 등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ADC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의미”라며 “ADC와 같은 개량 신약은 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임상 시험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ADC는 케미칼 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항암제다. 암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는 화학항암제와 공격의 정확도가 뛰어나지만 효능은 다소 약한 항체치료제의 장점만을 합쳤다.
현재 ADC 항암제는 이뮤노젠-로슈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와 다케다-시애틀제네틱스가 내놓은 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가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두 약은 여러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캐싸일라는 약 1조원, 애드세트리스는 3,00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테오젠과 레고켐바이오가 ADC 항암제를 개발 중인데 두 회사 모두 전임상 단계에서 중국 회사에 기술 수출을 하기도 했다. ADC의 높은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알테오젠의 ALT-P7은 캐싸일라와 애드세트리스의 단점을 극복해 2세대 ADC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 전임상 결과 ALT-P7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약물 투여량(MTD)이 애드세트리스보다 5배 높았다. 안전성이 경쟁약보다 5배 높다는 뜻이다. 또 케싸일라는 약 투여를 멈추면 암세포가 다시 자라는 반면 ALT-P7은 투여 중지 후에도 암세포가 줄어드는 등 높은 효능을 확인했다. 제조 과정에서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는 비율인 수율이 애드세트리스보다 10배가량 높은 점도 강점이다.
박 대표는 “ALT-P7은 다음달 위암 치료제로도 임상 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위암 ADC는 현재 개발된 약이 없어 상용화에만 성공하면 시장을 선도하는 의약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는 현재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등을 개발하고 있다. 두 약 모두 일찌감치 해외 업체에 기술 이전해 개발 진행 단계에 따라 일정한 마일스톤 수익이 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사의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지속형 단백질 치료제의 개발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기술 이전 협의 등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