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주 5명 가운데 1명이 자신이 ‘최하층’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명 중 3명은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나는 흙수저다’ ‘개천에서 용 못 난다’와 같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통계청이 전국의 1만8,576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소득·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할 때 최하층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20%에 달했다. 지난 1994년(12%)과 비교할 때 21년 만에 약 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중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이 기간 60%에서 53%로 줄어들었다.
스스로 최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가구가 늘면서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낮아졌다. ‘우리 사회에서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은 1994년 5.3%에서 2015년 62.2%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2015년 현재 30∼40대 10명 중 7명은 비관적 인식을 나타냈다. 자녀 세대의 계층적 상향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10명 중 3명만이 낙관적이었고 2명은 유보적, 5명은 비관적이었다.
가구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세대 내, 세대 간 상향 이동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은 뚜렷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빈부격차가 있더라도 계층 이동 가능성이 있다면 불평등은 노력의 동기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난 20년간 확대된 계층적 상향 이동에 대한 비관론은 ‘격차사회’를 넘어 ‘격차고정’이 현실화될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