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가 사생결단하면서 당장이라도 분당 수순을 밟을 것 같지만 격한 언사만 주고받을 뿐 당장 탈당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재산처리’ 문제가 한몫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친박·비박 모두 “같은 하늘을 이고는 같이 살 수 없다”며 분기탱천하며 분당을 공식화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탈당에 주저하는 것은 보수의 적통을 이어온 새누리당을 탈당할 경우 보수층의 외면으로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외에 중앙당과 시도당 등의 거액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상황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의 회계보고내역’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2015년 회계 기준 재산은 565억원, 당비·국가보조금 등 연간 수입액은 750억원에 달한다. 재산은 토지(165억원)와 건물(78억원), 현금(예금 포함·155억원), 임차보증금 등(143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간 수입은 전년도 이월액(215억원), 중앙당 국고보조금(195억원), 당비(114억원) 등이다. 둘을 합치면 표면적으로는 1,31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토지가액 등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에서 현 시세를 반영하면 새누리당의 재산은 3,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을 청산하면 재산을 모두 국가로 귀속시켜야 하는데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놓고 먼저 탈당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후 새로운 당을 만들더라도 거액의 창당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누구 하나 선뜻 탈당을 행동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부자 집안이 하루아침에 가난한 집안이 되는 것에 대해 탈당을 하고 싶은 의원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산처리 문제가 새누리당의 탈당을 막는 핵심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박이나 비박 모두 탈당을 해 20명을 넘겨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느냐도 고민거리다. 친박과 비박 모두 “(자파 소속 의원들을) 60명 넘게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탈당 동조 여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탈당 후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 국고보조금 등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친박이나 비박 모두 먼저 탈당을 하고 싶어도 이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탈당 의원이 20명을 넘겨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기존 새누리당에서 받던 ‘대우’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탈당 행보에는 신중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당을 해체한 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여당 관계자는 “정당사를 보면 당을 청산한 사례는 자민련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며 “당시 (자민련이라는 작은) 당을 완전히 청산하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렸는데 새누리당과 같은 거대여당을 청산하는 것은 시간도 더 오래 걸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