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라면시장 3위 삼양식품의 재도약 시나리오

'불닭볶음면' 해외 인기는 부활 신호탄<br>대관령목장 개발로 신성장동력 드라이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시리즈.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시리즈.


삼양식품은 현재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3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선보인 ‘불닭볶음면’이 최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부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삼양식품은 강원도 대관령에 있는 대관령삼양목장을 개발해 식품·레저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복안도 세우고 있다.


유투브에서 ‘핫 치킨 라면 챌린지(hot chicken ramen challenge)’ 또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를 검색해 보면 재미있는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삼양식품이 만든 ‘불닭볶음면’을 먹은 외국인들(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많다)이 매워서 쩔쩔매는 모습을 촬영한 것들이다. 너무 매워서 눈물을 흘리며 물을 들이키는 모습, 매운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불닭볶음면을 다 먹었다고 자랑하는 모습 등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런 동영상을 본 후 호기심이 생긴 이들이 불닭볶음면을 먹고 다시 자신의 영상을 올린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불닭볶음면을 먹는다는 건 단순한 라면 시식이 아닌 ‘엄청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매운 맛’ 이미지에 맞아떨어지는 불닭볶음면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3년 불닭볶음면을 처음 수출했다. 그 해 불닭볶음면 수출액은 7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수출액은 2014년 41억 원, 2015년 9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들어선 3분기까지 35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불닭볶음면의 지역별 수출 비중은 중국 45%,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태국 등) 40%, 기타 미주, 유럽, 중동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 11월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음식문화축제에서 불닭볶음면을 시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올해 11월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음식문화축제에서 불닭볶음면을 시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외국인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에 대해 박중석 삼양식품 홍보팀 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중독성 강한 매운맛이 중국인과 동남아시아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거죠. 불닭볶음면은 아주 맵지만 감칠맛이 나요. 게다가 그들에게 친숙한 볶음면 형태죠. 처음에는 한류 영향 때문에 호기심으로 먹어봤는데 입맛에 맞았던 겁니다. 그래서 재구매로 이어진 거죠. 말레이시아의 경우, 로컬 라면업체 5개 묶음 라면은 2,000~3,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불닭볶음면 5개 묶음은 7,000원 정도에 팔리면서도 매출이 신장되고 있어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불닭볶음면은 수출 초기인 2014년 할랄(halal·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인증을 획득해 동남아시아 지역 무슬림들에게 거부감 없는 제품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박중석 부장은 말한다. “유투브, 인스타그램, 입소문 등을 통해 불닭볶음면을 먹는 것이 도전으로 인식되면서 해당 지역에선 누구나 한 번쯤 맛봐야 하는 제품이 되었어요. 이런 트렌드가 쉽게 식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주역은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이다. 2000년 삼양식품에 입사한 그는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이다. 입사 후 영업본부장과 총괄부사장을 거친 김정수 사장은 2010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김정수 사장은 2011년 초 서울 명동 거리를 걷다가 매운 불닭 음식점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강렬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찾아가 직접 맛을 보았다. 그 결과 삼양식품 연구소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 키워드를 ‘매운맛’, ‘닭’, ‘볶음면’으로 잡았다. 제품 개발의 핵심은 소스에 있었다. 삼양식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매운 고추를 연구해 ‘맛있게 매운 소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불닭볶음면은 매운 소스 2톤, 닭 1,200마리를 사용해 1년 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2년 4월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왼쪽)과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출 실적
불닭볶음면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은 삼양식품의 수출 실적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은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41개국에 라면과 스낵류 등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 전체 수출액은 300억 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55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박중석 삼양식품 홍보팀 부장은 말한다.

“올해 삼양식품 전체 수출액이 약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불닭볶음면 수출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특히 중국의 경우 해안가에 자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점차 내륙 쪽 도시로 판매 지역이 확대되고 있어요. 불닭볶음면 수출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또 다른 효과를 가져 왔다. 박중석 부장은 말한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삼양식품의 브랜드 파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불닭볶음면을 그냥 ‘삼양’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삼양식품이 수출하고 있는 다른 제품들도 덩달아 판매가 증가하고 있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등에 업고 치즈를 넣은 ‘치즈불닭볶음면’, 차갑게 먹는 ‘쿨불닭볶음면’, 국물이 있는 ‘불닭볶음탕면’ 같은 다양한 확장 제품들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삼양식품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삼양식품 주가는 5만 3,5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보다 8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농심과 오뚜기의 주가는 각각 23.8%, 40.4% 뒷걸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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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삼양식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꼽히는 ‘징동닷컴(JD.com)’에서 지난해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한국 라면 1위가 불닭볶음면이었습니다. 라면 수출은 마케팅비와 판촉비가 투입되지 않고, 운송비도 생각보다 낮아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국내 라면 시장이 과도한 마케팅으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돌입한 것과는 다른 환경이죠. 지난해 삼양식품 영업이익률은 2.5%였지만, 올해는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 10% 후반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최근 삼양식품이 새로 출시한 김치찌개면.최근 삼양식품이 새로 출시한 김치찌개면.


삼양식품, 자신감을 되찾다
삼양식품은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2014년 작고)이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해 원조 라면 업체로 군림해왔다. 한때 라면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1990년대 들어서도 삼양식품은 농심과 1, 2위를 다퉜다. 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후발주자인 오뚜기에 밀려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60%로 1위, 오뚜기가 1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삼양식품은 11%대로 3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 라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농심이 ‘짜왕’, 오뚜기가 ‘진짬뽕’으로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삼양식품은 뒤늦게 ‘갓짜장’과 ‘갓짬뽕’을 내놔 참패를 맛봐야 했다. 농심과 오뚜기 뿐만 아니라 이연복 셰프를 앞세운 팔도 ‘불짬뽕’에도 밀려 자존심을 구겼다. 올해 부대찌개라면 경쟁에선 아예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고전이 이어지며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 매출은 올해 3분기 기준 1,64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보단 낫지만 2년 전(1,743억 원)보단 100억 원 이상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불닭볶음면이 삼양식품의 사내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박중석 삼양식품 홍보팀 부장은 말한다. “그동안 3,000억 원 선에서 정체되어 있던 회사 매출액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올해 매출액 4,000억 원을 목표로 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멘텀을 맞은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제품의 해외 인지도가 높아져 매출은 물론 수익도 대폭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이는 우리의 발전방향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시장은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구증가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리 제품의 시장규모는 계속 축소될 것”이라며 “국내시장을 벗어나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해외시장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상승세를 탄 삼양식품은 지난 11월 말 ‘김치찌개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집에서 끓여주는 어머니의 김치찌개 맛을 재현했다. 돼지고기 육수를 사용하고 김치도 듬뿍 넣었다. 마늘과 햄 후레이크까지 첨가해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박중석 부장은 말한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김치가 전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김치찌개면의 수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에요. 새로운 수출 효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관령삼양목장 전경.대관령삼양목장 전경.


식품·레저그룹으로의 변신
불닭볶음면과 함께 삼양식품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할 또 다른 주인공도 있다. 바로 ‘대관령삼양목장’이다. 삼양식품은 대관령삼양목장을 라면 사업과 함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여기고 있다. 강원도 대관령 인근에 위치한 대관령삼양목장은 1972년 5월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8년 만인 1979년에 초지 조성을 끝냈다. 대관령삼양목장은 600만 평(여의도 면적의 7.5배)을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장이다. 목장 부지 가운데 삼양식품이 10만 평, 계열사인 에코그린캠퍼스가 90만 평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500만 평은 삼양식품이 국유지를 임대해 사용 중이다. 대관령삼양목장은 2002년부터 입장료를 받고 관광객들에게 목장을 개방하고 있다.

대관령삼양목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 경기장이 들어설 용평 알펜시아에서 불과 6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삼양식품은 평창 동계올림픽 수혜주로 여겨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 지역 관광단지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라면 기업에서 식품·레저그룹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여 년 전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개발하려다 중단한 대관령삼양목장의 종합레저타운 개발 사업의 재가동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삼양식품은 2005년 한국관광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레저 사업을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해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1년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면서 대관령삼양목장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관령삼양목장은 2014년 1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구종합계획’에서 ‘자연순응형 휴양·체감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동안은 국유지 지역이 목축용지로 제한돼 있어 다른 용도로 전환되기 어려웠지만, 2014년 6월 초지법이 개정되면서 개발 허용 범위가 넓어졌다. 다만 여전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숙박시설이나 식당 등은 지을 수 없다. 올해 9월 삼양식품은 특구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접수하고 현재 실시계획 최종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곳에 목장 체험마을, 숙박시설, 쇼핑, 레스토랑 등을 갖춘 복합관광휴양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관광객이 직접 젖소의 젖을 짜거나 양털 깎기 체험을 하는 시설과 목장 전시관 등의 세부 사업계획은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 여파로 이 지역 부동산 시세도 크게 상승했다. 평당 30만 원 정도 하던 목장 부지 시세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 직후 10만 원이 껑충 뛰었고, 현재는 60만 원에 이르고 있다. 삼양식품의 자산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이는 최근 삼양식품 주가 상승 랠리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오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대관령삼양목장 개발이라는 새로운 기회요인을 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경기 광주~원주)와 2017년 개통 예정인 원주 강릉 간 KTX 등 인프라 확대도 대관령삼양목장의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사업 가치는 물론,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2011년 초부터 미래형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며 신사업 진출을 자주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분명 삼양식품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수출도 원조 라면 업체의 부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추락하던 삼양식품이 제대로 상승기류를 만난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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