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중에서 최고로 치는 것이 바로 한국산 인삼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인삼을 흔히 ‘고려인삼(Korean Ginseng)’이라고 부른다. 고려인삼은 한국의 오랜 전통과 문화, 역사가 담긴 대표적인 특산품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국가 브랜드의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KGC인삼공사는 한국산 6년근 인삼으로 각종 홍삼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국내 대표 인삼 종주(宗主) 기업이다. 건강상 효능이 뛰어난 원료(인삼)를 확보하고, 나아가 차별화된 고품질 제품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KGC인삼공사의 활동을 살펴본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산마다 짙은 단풍이 물들었던 지난 11월 4일 오전 11시쯤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리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인삼밭을 찾았다. 이곳에서 인삼을 재배해온 원삼농원의 최종길 사장과 소경빈 부사장은 인근 동네 주민 30여명을 동원해 인삼 수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작업이 이뤄진 터라 약 1,100평의 인삼밭에서는 이미 대부분 인삼을 캐낸 상태였지만 아직 인삼뿌리가 심겨 있는 마지막 두둑(이랑)이 하나 남아 있었다. 그 위를 인삼 채굴기를 뒤쪽에 연결한 트랙터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랫동안 땅속에 자태를 숨기고 있던 6년근 인삼들이 두둑 위로 후드득 쏟아져 나왔다. “와, 저것 봐라. 1~2등급 인삼이 많이 나오네!” 인삼 수확 작업에 나섰던 사람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최종길 원삼농원 사장에게 풍작이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소경빈 원삼농원 부사장이 잘생긴 인삼 한 뿌리를 손에 잡아 쥐더니 말했다. “뇌두(인삼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가 반드시 달려 있으면서 몸통 길이가 8cm가량으로 손 안에 쏙 들어오고 두 다리가 매끈하게 빠진 인삼이 높은 등급을 받습니다. 오늘 수확된 인삼은 모두 이곳 현장에서 원삼(머리, 몸통, 다리 부위가 온전한 인삼)과 파삼(파손됐거나 아주 작거나 변색된 인삼)으로 분류된 후에 KGC인삼공사 (원주공장) 구매장으로 옮겨져 최종 등급을 부여받게 되죠.”
KGC인삼공사는 연간 약 9,000톤의 인삼을 제품 원료로 구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1년에 2만5,000톤가량 된다. 그중 약 40% 정도를 KGC인삼공사가 사들인다. KGC인삼공사는 ‘계약 재배’ 방식으로 인삼을 조달하고 있다. 사전에 인삼 농가와 인삼 매매 계약을 맺은 후 6년근 인삼이 수확되면 전량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KGC인삼공사와 계약한 인삼 농가는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하다. 게다가 인삼은 고부가가치 작물이어서 농가 입장에서는 농사만 잘된다면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KGC인삼공사가 국내 인삼 농가들을 뒷받침하면서 인삼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삼은 재배하기가 까다로운 작물에 속한다. 자연적인 조건이 딱 알맞아야 잘 자란다. 인삼은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며, 뜨거운 햇빛을 싫어하는 음지성 식물이다. 특히 인삼은 땅을 아주 많이 가린다. 그래서 인삼밭으로 쓰일 땅(예정지)에는 식물성 천연 유기물을 충분히 공급해 토질(土質)을 인삼 생육에 최적화해야 한다.
인삼밭 토질부터 철저하게 검사·관리
이 때문에 KGC인삼공사는 인삼 재배 예정지 단계부터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삼을 심을 예정지는 최소 2년 이상 관리돼야 한다. KGC인삼공사는 계약 재배 농가의 예정지 토양에 대해 유해성분 및 비옥도 분석 작업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인삼 생육에 적합한 밭을 선정하는 한편 토질 개량 방법을 농가에 제시한다. 또 KGC인삼공사는 농가가 인삼을 심기 1년 전에 두 차례에 걸쳐 꼼꼼하게 예정지 검사를 한다.
최종길 원삼농원 사장이 막 수확이 끝난 인삼밭의 흙을 한 움큼 쥐면서 말했다. “인삼밭의 토질은 손으로 흙을 쥐었을 때 잘 뭉쳐지면서도 진흙처럼 끈끈하지 않고 쉽게 흩어져야 합니다. 인삼은 지나친 수분을 싫어하기 때문에 인삼밭의 흙은 수분을 너무 오래 머금으면 안됩니다. 인삼 농사에서 토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는 될 겁니다. 그만큼 인삼을 심기 전에 인삼밭을 정성껏 가꾸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묘삼(苗蔘)을 키우는 일입니다. 묘포(苗圃·묘삼을 키우는 밭)에서 1년간 자란 묘삼은 본포(本圃·인삼을 키우는 밭)에 이식돼 5년간 더 생육해야 비로소 6년근 인삼이 되죠.”
일반적으로 인삼 수확은 매년 9~11월에 이뤄진다. KGC인삼농가는 계약 재배 농가가 인삼을 수확할 때도 직원을 입회시켜 꼼꼼하게 현장을 점검한다. 당초 계약 조건대로 6년근 인삼을 수확하는지, 외부에서 유입한 인삼은 없는지, 인삼 선별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삼 수확 입회 작업에는 KGC인삼공사 전체 직원이 본인 업무에 관계없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날 원삼농원의 인삼 수확 현장에 입회한 이종희 KGC인삼공사 과장의 말이다. “저희 회사는 제품 원료인 인삼의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수확 단계에 회사 직원들이 입회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죠. 특히 직원들은 수확 입회 업무를 통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원료인 인삼이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되는지를 제대로 배우는 현장 학습 기회도 얻고 있습니다.”
이날 원삼농원의 인삼 수확 작업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트랙터를 이용한 채굴 작업은 서너 시간 만에 끝났지만, 인삼을 원삼과 파삼으로 세심하게 선별하는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총 수확량은 약 3톤에 달했다. 운송용 박스에 담긴 인삼은 트럭에 실려 KGC인삼공사 원주공장 구매장으로 이송됐다. 구매장에 도착하자 다른 농가들이 수확한 인삼 박스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작업용 로봇과 컨베이어벨트 등으로 자동화된 구매장 안에서는 인삼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KGC인삼공사 원주공장 구매장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계약 재배 농가들이 입고한 수삼(水蔘·땅에서 캐낸 상태 그대로의 인삼)을 1, 2, 3등급 및 등외의 4가지 종류로 구분하는 작업을 한다”며 “각 등급별로 kg당 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데, 평균적으로는 kg당 4만~5만원의 값을 농가에 지불한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부여공장과 원주공장 두 곳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부여공장은 홍삼정을 비롯해 약 300개 품목을, 원주공장은 홍삼달임액을 비롯해 약 100개 품목을 생산한다. 부여공장과 원주공장의 수삼 처리 능력은 연간 기준으로 각각 6,000톤과 3,000톤에 달한다.
초현대식 제조시설과 첨단 연구개발 역량 갖춰
KGC인삼공사는 고려인삼 종주국의 대표 인삼기업 위상에 걸맞게 초현대식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세계 72개국에서 통용되는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인정받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KGC인삼공사의 인삼 관련 연구·시험·분석 능력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KGC인삼공사가 발행하는 성적서는 국제적인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해외에 홍삼을 수출할 때 해당 국가에서 별도의 시험이나 제품 인증을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
KGC인삼공사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도 철저한 안전성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총 7단계에 걸쳐 무려 290여 가지 검사 항목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 첨단 분석장비를 대대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핵심 경쟁력인 ‘품질’을 더욱 높이고 차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도 인삼 효능, 재배 기술, 토양 분석, 인삼 종자 개량 및 신품종 개발, 신기능 연구 및 신제품 개발 등으로 광범위하다.
특히 KGC인삼공사는 세계적인 농산물 종자(種子) 전쟁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우량 인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18가지의 품종을 새로 개발했는데, 그중 13가지 품종은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 ‘품종보호권(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인삼 농가에 신품종 종자를 보급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도 확보하는 등 ‘일거양득’의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신품종으로는 생산량을 크게 향상시켜 인삼 농가에 많은 보탬을 주고 있는 ‘연풍’, 고온에 강한 특징을 지녀 온난화 시대에도 안정적인 인삼 생산이 가능한 ‘선일’ 등을 꼽을 수 있다.
KGC인삼공사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가 말한다. “KGC인삼공사는 인삼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는 게 핵심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죠. 현재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면역력 개선, 피로 회복, 혈행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 건강 증진 등 6가지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 4가지는 KGC인삼공사가 자체적인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입니다. 이처럼 KGC인삼공사는 한국 홍삼의 ‘명품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고려인삼이 진정한 인삼
인삼은 오갈피나무과 인삼속(Panax)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류 식물이다. 우리가 약용 및 식용으로 먹는 인삼은 그 뿌리다. 그런데 세계 최고 품질로 평가되는 고려인삼은 중국의 전칠삼, 일본의 죽절삼, 미국 및 캐나다 등의 서양삼과는 종이 다르다. 특히 고려인삼은 서양삼이나 중국 전칠삼에 비해 약효 성분인 사포닌(Saponin)의 종류 및 수가 월등히 많다. 또 고려인삼은 서양삼에 비해 체온 항상성 유지에 효과적이며, 환경호르몬 독성 방어 효과, 항암 효과 등도 우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홍삼의 기원과 제조 공정
땅에서 막 캐낸 인삼(수삼·水蔘)은 수분 함량이 75% 이상이어서 그 상태로 오래 두면 부패하거나 손상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인삼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수삼을 껍질째 증기로 쪄서 건조시킨 것이 바로 홍삼(紅蔘)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인삼 종주국답게 인삼 가공 기술의 역사가 깊다. 고려시대에는 인삼을 끓는 물에 익혀 먹는 방식이 통용됐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인삼을 증기로 쪄서 말리는 기술이 등장했다. 홍삼이라는 용어가 처음 기록된 문헌은 정조실록이다.
KGC인삼공사의 홍삼 제조 공정은 크게 7단계로 이뤄진다. 맨 먼저 수삼을 세척(세삼)한 다음 증삼기에 넣어 수증기로 쪄서 익힌다(증삼). 그런 후에 일광 건조장에서 햇빛과 바람으로 말린다(자연건조). 이렇게 건조된 홍삼은 상품화할 수 있도록 형태를 다듬는 공정을 거친다(정형). 그다음으로 습기를 가해 연하게 만든 후 나무상자에 넣을 수 있도록 압착한다(습점압착). 이어 홍삼의 중량과 품질 정도에 따라 구분(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용기에 담긴다(포장).
한편 홍삼 농축액 제조 과정은 다음과 같다. 홍삼과 정제수를 추출 탱크에 넣어 가열한 후에 유효성분을 추출한다. 이어 가열 살균과 냉각, 원심 분리 공정을 거친 다음 농축, 숙성, 여과, 품질 검사가 끝나면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