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공직사회는 국정 최후의 보루] 한국, 위기극복 저력 있어...경제운용 시스템 작동하게 해야

<1>탄핵이후 시스템 공백 없애라

공직사회 중심 못잡으면 경제혼란 '쓰나미'

공직자, 옳은 일 밀어붙이는 소신행보 절실





국가 시스템과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공직사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부세종청사의 전경. /연합뉴스국가 시스템과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공직사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부세종청사의 전경. /연합뉴스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우리 경제는 잠시 흔들렸지만 빠른 속도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고건 국무총리와 이헌재 경제 부총리라는 투 톱이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두 사람은 강력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공직사회를 이끌며 정치·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든든한 역할을 했다.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비상사태에 직면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혼란을 최소화한 것이다.


반대로 국가비상사태가 닥쳤을 때 컨트롤 타워가 무너지고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국가운영의 근간이 돼야 할 공직사회라는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정책 혼선이 발생하고 국민들은 급속도로 혼란에 빠졌다.

지난 2015년 5월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를 예방하기 위해 “낙타 고기를 먹지 마라”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만약 이 같은 일이 대통령 대행체제에서 발생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가위기는 결국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공직사회가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만큼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故) 신현확 전 국무총리.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정책 소신과 공직자의 자세로 유명했던 그는 ‘깐깐한 시골 선비’로 불렸다. 고병우 한국경영인협회장(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한 매체에 기고한 회고의 글에서 “옳다고 믿는 일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주장하고 관철 시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며 “이 같은 공직자의 자세가 널리 소문이 나서 경제계에서도 정중하게 부탁해 모셔간 일이 여러 번 있는데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3명의 아들 중 후계자를 고르기 어렵자 자문한 일은 유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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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그를 둘러싼 일화는 여럿이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재임 할때는 경제기획원·재무부의 집중 견제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료보험을 통과시켰다. 지금도 신 전 총리처럼 옳다고 생각되면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혼(魂)을 갖고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 탄핵 이후 경제부처 수장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직사회를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들이 안심할 만큼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제는 결국 펀더멘털과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고 한국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훌륭히 극복한 저력이 있다는 것을 수차례 증명했다”며 “기재부가 중심이 돼 모든 경제부처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내외 악재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수석부처인 기재부가 솔선수범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민들이 국정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며 공직자의 기본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비상시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공직자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일관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 특히 경제와 관련해서는 정략을 버리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은 “경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당장 정치적 혼란에서 오는 불확실성만 제거되면 경제 활동은 큰 차질없이 살아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거버넌스 체제를 경제가 더 정치 중립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면 경제는 충분히 잠재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조민규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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