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우물

- 이재무作

1415A39 시로




찰랑찰랑 넘칠 때는 깊이를 몰라


낮밤 없이 은빛 수면 다녀가는 것들

짚새기로 닦아낸 노줏발처럼

은밀한 추억 되어 반짝, 반짝이더니

오랜 가뭄 끝의 바닥


사소한 부주의가 하나 둘 시나브로 빠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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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동사니 그득하구나

가지 떠난 꽃으로 냄새 피우는 사랑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는 추문, 추문들

온 마을 사람들 밥 짓고, 목 축이고, 빨래하던 우물 하나의 비밀도 저러하다. 바닥이 드러나자 온갖 잡동사니와 냄새와 추문들 그득하구나. 가뭄에 드러나는 샘 얕은 우물 아니더라도 오래된 우물은 이끼 끼고 썩기 마련이다. 마을 사람들 모여 팔다리 걷어붙이고 바가지로 양동이로 품어내야 한다. 바닥까지 긁어내야 한다. 퐁퐁 새로 솟는 물이 다시금 생명수가 되고, 정화수가 되고, 물동이 이고 오는 소녀의 얼굴을 비추어주는 손거울이 되기까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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