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댄스스포츠 패션브랜드 '치수' 박치수 대표, '댄스스포츠, 너는 내 운명'

댄스스포츠 의상 브랜드 ‘치수CHISU’의 디자이너 박치수 대표./사진제공=박치수대표댄스스포츠 의상 브랜드 ‘치수CHISU’의 디자이너 박치수 대표./사진제공=박치수대표





“댄스스포츠 의상은 무료하기만 했던 제 삶을 높게 띄워준 ‘날개’같은 존재죠”

동대문, 미국 시카고, 공덕동까지…. 홍대 미대를 졸업하고 17년 간 옷만 만드는 의상디자이너로 살아온 패션브랜드 ‘치수CHISU’의 박치수 대표에게 옷은 일이자 직업이자 해야만 하는 ‘과업’이었다. 하지만 시나브로 반복되는 일상에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그때 우연찮게 친구의 소개로 방문한 댄스스포츠 무도회장. 댄스스포츠의 화려한 움직임과, 춤을 같이 추는 사람과의 깊은 교감을 느낀 박 대표는 그 순간 마음먹었다. 앞으로 그가 느낀 화려함을 담을 수 있는 댄스스포츠 의상을 만드는 일에 자신이 가진 능력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박치수 대표의 의상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치수’ 매장 내부./이종호기자박치수 대표의 의상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치수’ 매장 내부./이종호기자


#1 직접 댄스스포츠를 즐기며, 의상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



박 대표가 댄스스포츠 의상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 지난 1994년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남성 캐주얼 브랜드부터 니트 브랜드까지 다양한 기성복 브랜드를 만들어 내며 기성복 디자이너로 꾸준히 활동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그의 시작은 동대문이었다. 당시 국내 대표 패션 시장이었던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처음 동대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텃세’ 에 힘들었죠. 아무도 제 활동을 곱게 봐주지 않아 폐업 직전까지 가기도 했죠. 그래도 묵묵히 옷을 계속 만들었어요. 제 옷에 대한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꾸준히 옷을 만들다 보니 결국 ‘MOO’라는 제 브랜드도 갖게 됐고, 동대문에서 제 옷을 팔지 않는 상점이 없었을 정도였어요”

올해 대학로 이앙갤러리에서 열렸던 박치수 대표의 스포츠댄스 의상 개인전./사진제공=박치수대표올해 대학로 이앙갤러리에서 열렸던 박치수 대표의 스포츠댄스 의상 개인전./사진제공=박치수대표


‘MOO’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패션계에 선보이던 박 대표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친구를 통해 댄스스포츠를 접하게 되면서 박 대표 인생의 ‘제 2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제 박 대표에게 댄스스포츠는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호회 참석을 위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정도다.

“직접 댄스스포츠 동호회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춤을 추는 그 순간은 제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에요. 그 ‘감동’은 어느 활동을 하면서도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감동이죠.”

그가 댄스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만은 아니다. 자신의 의상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직접 춤을 추며 느꼈던 불편함과 추가됐으면 좋을 옷의 디자인과 기능을 의상을 만들면서 다듬기 위해서 동호회 활동은 거르지 않고 참여한다.

“춤을 추다보면 더 자연스런 동작을 위해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지금까지 댄스스포츠 의상들은 개개인의 품성과 특이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저도 댄스스포츠를 즐겼던 초반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더 편하게, 더 아름답게 춤을 출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직접 춤을 추면서 댄스스포츠 의상의 단점을 개선해 나갔던 박 대표는 댄스스포츠 의상에 대한 네 가지 철학을 세웠다.

1. 활동성 있고 편안한

2. 국제적 패션성을 갖춘

3. 오래 입어도 형태가 보존되는

4. 전문가도 감동할 만한 작품성을 갖춘 의상


“이렇게 만든 옷을 견본으로 제작해 동호회에 가지고 가서 회원들에게 입혀보는데, 다들 반응이 너무 좋으시더라구요. 그때부터 방향을 제대로 정한거죠. 이렇게 옷을 만들어야겠구나. 이렇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더 댄스스포츠의 재미를 알 수 있겠구나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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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술과 안목· 경험이 필요한 ‘종합의상’, 댄스스포츠 의상



댄스스포츠 세부 종목 중 볼룸댄스 ‘왈츠’를 추고 있는 프로 선수들./사진제공=박치수대표댄스스포츠 세부 종목 중 볼룸댄스 ‘왈츠’를 추고 있는 프로 선수들./사진제공=박치수대표


사실 박 대표는 댄스스포츠 의상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의상 전문가다. 올해 초 모교인 홍익대에서 ‘조셉 캠벨의 신화론을 활용한 댄스스포츠 의상작품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학위를 취득했다. 박 대표가 바쁜 시간을 쪼개 학위를 딴 이유는 댄스스포츠 의상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던 박 대표 개인의 욕심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한류 등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해 댄스스포츠 의상은 서양의 문화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 머물고 있었어요. 댄스스포츠의상 발전을 위한 저의 역할을 찾은 거죠. 그래서 기를 쓰고 학위를 따 더 전문적인 식견에서 저 만의 댄스스포츠 의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댄스스포츠 의상은 종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종목에 따라 달라지는 몸동작 때문에 사용하는 소재부터 의상에서 중요시 되는 부분까지 천차만별이다.

“댄스스포츠 의상은 경쟁 팀에 비해 돋보여야 함으로 새틴, 라메, 벨벳 등과 같은 광택 소재를 많이 사용해요. 모던 볼륨댄스의 경우 남성은 턱시도나 연미복을 착용하고, 여성은 이브닝 드레스를 착용하는데, 댄스의상인 만큼 몸의 동작에 지장을 주지 않는 소재와 패턴이 매우 중요해요. 반면, 라틴 아메리칸 댄스는 규정상의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의상을 착용하는데, 로맨틱한 느낌과 인체의 아름다운 형태를 살리기 위해 속이 비치는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잘 늘어나는 소재를 주로 사용해요.”

사용되는 종목과 신체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댄스스포츠 의상 ./이종호기자사용되는 종목과 신체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댄스스포츠 의상 ./이종호기자


국내에서 댄스스포츠 의상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소비층이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의상을 제작하는 공정 자체도 일반 의상보다 한 층 어렵기 때문이다. 무대의상이 가지고 있는 화려함과 일반 기성복이 가지고 있는 활동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옷이 댄스스포츠 의상이기 때문에 더 세세한 공정이 요구된다.

“댄스스포츠 의상은 아무래도 전문적인 안목과 기술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옷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볼룸댄스 종목에서 남성이 입는 연미복은 칼라와 소매, 재킷의 라펠 부분(코트나 재킷의 앞 몸판이 깃과 하나로 이어져 접어 젖혀진 부분)까지 세세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이 없다면 만들어내지 못해요.”

#3 댄스스포츠 의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치수’가 됐으면



박 대표는 단순히 의상만이 아닌 댄스스포츠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치수’가 되길 원하고 있다. 박 대표가 댄스스포츠에 쓰이는 댄스슈즈, 허리띠까지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제작하고 있는 이유다.

“댄스스포츠 의상은 스포츠의상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요. 몸짓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댄스스포츠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보다 편한 상태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배려한 소품 특성들이 많아요. 특히 일반 구두와 달리 딱딱한 밑창을 제거하고 유연하게 만든 댄스 슈즈는 제가 최근에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에요.”

이제 박 대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댄스스포츠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전도사’로 자신의 브랜드 ‘치수’가 앞장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댄스스포츠는 신체의 균형을 이루게 해 아름다움을 얻는 운동이에요. 또 음악과 운동의 조화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편안함과 활력을 줘 정신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스포츠죠. 이런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는 댄스스포츠 보급에 제 의상들이 쓰일 수 있다면, 그것 이상으로 좋은 것은 없죠.”

현대인이 누군가와 호흡하며 운율과 리듬에 맞춰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순간은 극히 적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건강한 몸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댄스스포츠. 오늘 밤 ‘치수’를 입고 경쾌한 리듬에 몸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Shall we dance(쉘 위 댄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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