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하이닉스, 스탠퍼드와 뉴로모픽칩 개발...'강한 AI'로 신산업 승부

[산업절벽, 소프트파워 혁명으로 넘는다]

<1>인간을 아는 기업이 이긴다

네이버·카카오는 휴먼 빅데이터 활용 맞춤형 서비스도

선진국에 기술 2~3년 뒤처져...전문가 육성 시스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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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혁명’이 이끄는 신산업 물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간을 아는 기업이 이긴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넘어서,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강한 인공지능(AI)’을 상용화하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기존 4차 산업혁명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측면과 뇌과학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부분의 이종 결합 속에서 시도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두뇌를 연구하고 인간의 행동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빅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고성능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을 망라한 미래 신산업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한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에서 대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운전하고 있다. 기업들은 고성능 자율주행차 등 ‘강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한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에서 대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운전하고 있다. 기업들은 고성능 자율주행차 등 ‘강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꿈의 AI, 두뇌혁명에 달렸다=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두뇌에 대한 지식을 응용한 뉴로모픽(뇌 신경 모방)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뉴로모픽칩은 사람 뇌의 사고 과정을 모방해 만든 차세대 반도체로 요즘 컴퓨터가 인식하기 어려운 비정형데이터(문자·형상·음성)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뉴로모픽칩 개발을 시작했으며 IBM이 개발한 뉴로모픽칩의 일종인 ‘트루노스’를 기반으로 한 카메라 이미지 센서도 선보였다. 특히, 트루노스는 IBM이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하는 신경망 컴퓨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반도체이며 2014년부터 삼성전자가 수탁생산(파운드리)을 담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0월 미국 스탠퍼드대, 램리서치 등과 손잡고 뉴로모픽칩 연구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뉴로모픽칩을 강한 AI가 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구글 알파고, IBM 왓슨처럼 ‘약한 AI’에서 진일보한 강한 AI는 그만큼 데이터 처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반도체가 있어야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문상 광주과학기술원 특훈교수는 “강한 AI는 스마트카부터 법률·의료 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산업군의 지형을 뒤바꿀 것”이라며 “다만 뇌과학과 반도체 발달처럼 기술적 과제들을 고려하면 강한 AI가 등장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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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삼성전자/제공=삼성전자


◇휴먼 빅데이터로 신사업 여는 기업=기업들은 인간의 행동을 막대한 양의 데이터로 수집하는 빅데이터 사업에서는 실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CJ 등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선호도를 분석해 마케팅은 물론 고객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PC·모바일을 통해 쏠리는 검색 데이터를 중소상공인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유통 플랫폼인 ‘데이터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카카오도 카카오스토리·카카오택시 같은 자사 플랫폼에 남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남녀노소 사용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방대한 인체공학 데이터를 모아 생활가전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스마트카의 실제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빅데이터 센터를 중국 구이저우성에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데이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발전과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가 발달하면서 수백만~수억개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 가운데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사업을 키우는 기업도 있다. KT는 최근 KT 빅데이터센터가 지난 3년간 수집한 고객정보(CRM)에 AI를 접목해 고객맞춤형 상품 개발과 영업전략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KT는 스마트홈 서비스와 5세대 통신망 관리에도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적극 사용할 방침이다.

◇선진국보다 2~3년 기술 뒤처져…인재 육성이 시급=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 기업들은 미국·유럽·일본에 비해 두뇌 신경망 연구, 빅데이터 분석 등의 분야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의 AI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비해 2~3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AI는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못하면 절대 성장하기 어렵다”며 “멀리 내다보고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육성하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AI 관련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SK텔레콤·KT·네이버·한화생명 등 7개 대기업이 30억원씩 출연한 민간 AI연구소인 지능정보기술원(AIRI)이 설립됐다. 미래부는 이달 15일 AI에 대한 포괄적 종합대책도 발표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을 정지당한 상태에서 이 같은 대책이 빛을 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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