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행정부의 내각 명단을 발표하자 대다수 언론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하는 등 개인적 친분보다는 경험·능력 위주로 뽑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 중에서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비리그와 그에 버금가는 대학 졸업생들이 이전 정부보다 훨씬 많이 등용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힐러리를 포함한 최고위직 중 12명은 아이비리그와 스탠퍼드·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이었다. 이를 빗대 NYT는 오바마 행정부를 ‘우등생정부(valedictocracy)’라고 표현했다. 이는 졸업생 대표로 졸업식에서 고별 연설을 하는 학생, 주로 수석 졸업생을 뜻하는 ‘발레딕토리언(valedictorian)’과 통치를 의미하는 ‘크라시(cracy)’를 붙인 신조어(造語). 우등생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내각의 특징을 지칭하는 조어가 자주 등장한다. 근래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 때 많았던 듯하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 등 다양한 비유가 넘쳐났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내각’ 등이 입에 오르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을 두고도 이런저런 조어들이 나오고 있다.
초(超)갑부를 뜻하는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s) 내각’에 이어 최근에는 ‘3G 내각’이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외신 보도다. 내각·백악관에 초갑부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군 장성(Generals)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출신만 보더라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꼽힌다. 미국이나 우리나 내각 관련 신조어들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끼리끼리 문화’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담겨 있지 싶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