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공세 맞서 삼성-LG 손잡나

LG폰 삼성반도체 사용 이어

삼성도 LG 패널 수급 타진

양사 향후 협력 확대 가능성



G5를 비롯한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은 소량이지만 삼성전자의 모바일 D램·낸드플래시를 탑재한다. LG전자가 강력한 경쟁사의 부품을 선뜻 채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는 삼성전자의 부품 경쟁력과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LG전자 점유율을 고려하면 서로가 도움을 주는 거래라고 평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가장 고성능 D램·낸드를 양산하는데 LG전자가 삼성 부품을 쓰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 제품 속 LG 부품, LG 제품 속 삼성 부품’의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IT·가전 업계 전반에 걸쳐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상호 거래는 점차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대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시장 표준을 지배하기 위해 다퉜던 것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최근 들어 삼성·LG 계열사들의 교차구매 소식이 불거진 것은 갑자기 닥친 악재들이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야심 차게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원인불명의 배터리 폭발을 잇따라 일으키면서 결국 단종 운명을 맞은 악몽을 겪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LG화학에 스마트폰 배터리 공급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일본 샤프가 삼성전자·LG전자 모두에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삼성전자는 다시 LG디스플레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고 한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부족한 TV 패널 공급을 LG에 타진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LG화학의 배터리나 LG디스플레이의 패널 모두 아직까지 공급이 결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실제로 LCD 패널을 공급한다면 이는 회사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LG디스플레이는 2008년 정부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에 모니터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실제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과 LG는 이른바 ‘삼성 세탁기 파손 사건’으로 발생한 법적 분쟁을 중단하기로 지난해 합의하며 오랜 갈등을 봉합할 물꼬를 텄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 파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벌어진 모든 다툼을 종결하면서 그간의 해묵은 감정을 씻어낸 것이다. 삼성·LG 간 화해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져 LG이노텍은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인 2메탈칩온필름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IT업계는 한국 IT산업을 주도하는 삼성·LG 간 향후 교류 확대가 필연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 삼성과 LG는 TV·휴대폰·가전·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사업이 완전히 겹쳤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이후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나서면서 사업 전략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차량용 전자장비 부품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뒤 LG전자·LG화학·LG이노텍의 차량용 사업을 키우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도 이르면 내년 말부터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 측은 지난달 하만인더스트리를 인수한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제외하면 차량용 부품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주력 TV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LG는 OLED TV 대중화에 주력하면서 대형 OLED 패널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은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주력 TV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중국·일본 등과 격한 경쟁을 벌이면서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 부품·자재를 긴급히 조달할 일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며 “그럴 때마다 두 기업은 서로 든든한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