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통상폭격'에 손발 묶인 한국기업

샤프 인수한 대만 훙하이

삼성·LG에 패널 공급 중단

각국 정부도 국정혼선 틈타

철강 등에 무차별 관세장벽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 대기업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

철강·세탁기·석유화학 등 한국산 제품에 반덤핑관세를 줄줄이 부과했던 것에 더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TV에도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만 훙하이그룹이 인수한 일본 샤프는 글로벌 가전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대상으로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을 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납품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고 LG 고위임원도 “우리도 같은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한국 대기업을 겨냥해 철강·세탁기·유화·배터리 등 분야를 불문하고 관세·비관세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TV 부문까지 타격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훙하이그룹은 글로벌 TV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중단해 생산차질을 노리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TV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샤프는 삼성전자에 오는 2017년부터 TV용 LCD패널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샤프는 연간 1,000만대의 TV패널을 생산하고 있고 이의 절반가량인 500만대 이상을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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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TV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삼성전자는 중국 등 여타 납품업체에 물량확보 여부와 가격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에도 공급 여부 타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샤프로부터 소량인 10만대 안팎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며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업계는 샤프가 삼성과 LG에 공급했던 디스플레이 패널을 중단한 것을 향후 훙하이그룹이 직접 TV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3월 샤프에 104억엔을 투자해 샤프의 5대주주(지분 0.7%)에 오르기도 했지만 9월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훙하이그룹이 4월 3,888억엔을 투자해 샤프를 인수함에 따라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훙하이그룹은 자회사인 폭스콘을 통해 중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샤프의 기술력을 이용해 10세대 공정을 구축한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8.5세대 공정이 주류를 이뤄 폭스콘 공장이 완성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후하이그룹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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