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인터뷰]‘젊음의 행진’ 한희준, “뮤지컬 신생아, 항상 꿈꿔 왔던 대학생 캠퍼스 생활 같아

‘K팝스타’ 한희준이 생애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젊음의 행진> 속 왕경태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


지난 달 10일 개막해, 적응 기간이 있었던 만큼 ‘연기에 물이오르면서, 무대가 조금은 편해졌겠다’고 말을 건네자, “아직은 아니다”고 바로 받아친다.

“왕경태라는 캐릭터가 이미지 적으로 저랑 닮은 게 있나봐요. 연기를 잘한다기 보다는, 안경 낀 모습이 닮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2017년 1월에 다시 한번 보러오세요. 그 때는 좀 더 자신이 생길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 한희준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뮤지컬 배우 한희준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미국 최대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이어 SBS ‘K팝스타3’에 출연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은 한희준은 “실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캐릭터와 이미지가 비슷해서 캐스팅 된 것 같다”며 자세를 낮췄다.

“전 정말 뮤지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뮤지컬 신생아인 상태에서 이번 작품에 운 좋게 캐스팅됐어요. 함께 출연하는 (신)보라 누나랑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가 뮤지컬에서 할 역할이 있을까? 우리 둘 다, 영심이랑 경태 역할이 적합해서 된 거지. 특별히 내세울 게 없어요.”

인기 만화 ‘영심이’(작가 배금택)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80~90년대 최고 인기 쇼 프로그램이었던 ‘젊음의 행진’을 모티브로 한다.

천방지축이지만 순수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유쾌한 해프닝, 만화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코믹한 무대 연출,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커튼콜 등은 다시 보고 또 봐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특히 한희준의 특별한 쇳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그대와 함께’ 넘버는 가슴 속 어딘가를 건드리며 감동을 안긴다.

‘젊음의 행진’의 장점은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점. 실제 객석에선 10대 학생부터 50대 이상의 교사, 아버님들이 즐겁게 공연을 감상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온 가족이 와서 볼 수 있고, 또 행복하게 극장을 나갈 수 있는 뮤지컬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진지함이 잔뜩 묻어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스트레스 날릴 수 있는 공연 중엔 이만한 것도 없을걸요.”

어린 시절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한국에서 홀로 생활 중인 한희준은 “뮤지컬 작업이 항상 꿈꿔 왔던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 같아서 재미있다”고 말하며 싱그럽게 웃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행복한 건 제 나이 또래 친구들과 작업 할 수 있다는 점이요. 또래 친구들과 뮤지컬 하는 것도 재미있고, 끝나고 나서 함께 맥주 한잔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생맥주 맛이 브랜드마다 다 달라서 찾아서 마시고 있는데 너무 맛있어요.”


그의 술 친구는 ‘젊음의 행진’ 에 함께 출연 중인 전역산, 정영아, 김민성 등이다. 일명 ‘한량클럽’이란 닉네임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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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젊음의 행진’ 주인공 한희준,신보라 /사진제공=㈜PMC 프로덕션뮤지컬 ‘젊음의 행진’ 주인공 한희준,신보라 /사진제공=㈜PMC 프로덕션


“말이 한량 클럽이지, 기분 좋게 맥주 한잔 하는거죠. 형들이 진짜 뮤지컬 배우들이라 고충에 대해서 다 이해해주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세요. 역산이 형은 진짜 친구 같아요. 너무 좋아하는 형이자 평생 알고 싶은 형으로 매력이 대단해요.”

“개막 후 2주가 지나서야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그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실수 할까봐 부담이 되는 건 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이력을 논할 때 ‘아메리칸 아이돌’을 빼 놓을 수 없다. 특별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건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흥얼 흥얼’ 거리고 다닌 소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전체에서 사랑을 받게 된다. ‘가수의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라고 부인하고 의심하기엔 너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 상황. 그는 당시 심경에 대해 “‘이것 밖에 길이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좋고 싶음이 분명한 성격이었다. 외국 생활을 오랫동안 해서 오는 자신감으로 짐작할 수도 있지만, 그는 “특별히 그렇진 않아요. 의사 표현이 확실한 건 제가 가진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 생각해요. ”고 답했다.

뮤지컬을 시작하며 따로 트레이닝 선생님을 찾아가지 않은 것 역시 그의 의사에 따른 것. “일부러 안 배우고 싶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걸 해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전형적인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저희 심설인 연출님이 기본적인 걸 너무 잘 가르쳐주셨어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대단한 가수’라는 칭찬 속에 가수의 길에 들어선 한희준은 뮤지컬 배우로 걸음을 내딛으며, ‘노래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가수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까지 고민하는 청년으로 거듭났다.

“그동안 예능에도 여러 번 나오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긴 했는데, 제가 정확히 뭘 하는 친구인지를 인지 시키지 못한 것 같아요. 노래에 집중하고 싶어요. 제가 저희 작품 맨 마지막에 ‘내가 너의 잠시 곁에 살았다 걸’ 는 발라드 노래를 불러요. 그 순간 울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무대에서 놀고 노래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좀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누군가를 울릴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선한 영향력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봐요. 가수라는 직업이 되게 멋있는 직업이지 않나요?”

뮤지컬 배우 한희준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뮤지컬 배우 한희준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그가 존경하는 이로 꼽는 이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차인표, 유재석, 강균성이다. 이번 <젊음의 행진>을 보러왔으면 하는 이들도 바로 이들이다.

“다들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죠. 유재석 형, 차인표 선생님에게 제 뮤지컬을 보러오셨으면 한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시간내서 연락 줄게’ 라고 답장이 왔어요. 너무 바쁘신 분들인데 답장이 온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죠. 그 분들이 절 예뻐해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 그렇게 절 대해주시네요. 강균성 선배도 이야기 나누었었는데, 가지고 있는 사상이 너무 좋으세요. 멋진 분이시죠.”

그의 목표는 내년 1월 22일까지 경태로 사는 것. “우선 이 작품을 잘 소화해내고 싶어요. 유명해지는 걸 바라진 않고, ‘걔 진짜 괜찮더라.’ 란 말이 바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선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선 우선 노래로서 인정을 받아야하겠죠. 아직 스물 일곱이라 이뤄나가고 싶은 게 많아요. 작품도 몇 개 더 하고 싶어요. 대학로 프린스요? 그런 수식어보단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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