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反부처·反오바마·無경험' 인물로 채운 트럼프 내각

[차기 내각 인선 사실상 마무리]

에너지부 폐지 주장한 페리, 해당 부처 장관으로 지명

내무장관 내정 징크 의원은 오바마 정책 반대해온 인물

매티스 국방·므누신 재무 등 군장성·기업인 출신도 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에너지장관과 내무장관을 내정하면서 차기 정부 내각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아웃사이더’ 출신으로 대권을 잡은 이력에 맞게 정치가나 공직 경력이 없는 인사들이 중심이 된 트럼프 당선인의 조각은 특정 부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인사가 해당 부처 책임자로 임명되는 파격적인 ‘반(反)부처’ 인사가 키워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반오바마’ 인사, 정치·공직 경력은 물론 해당 분야 경력이 전무한 ‘무(無)경험’ 인사가 많다는 점도 트럼프 차기 정부의 특징으로 꼽힌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차기 정부의 에너지장관으로 릭 페리 전 텍사스주지사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NYT에 따르면 페리 전 주지사는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주자로 출마했을 당시 상무부·교육부와 함께 에너지부가 미국 정부부처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세 부처의 폐지를 주장한 인물이다. 신문은 특정 부처의 존재이유 자체를 부정했던 인물을 해당 부처 장관으로 임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의도에 궁금증을 제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부처 인사는 페리 전 주지사뿐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노동장관으로 패스트푸드 체인 CKE의 앤드루 푸즈더 최고경영자(CEO)를 선택해 논란을 일으켰다. NYT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주장하는 등 노동자 권리 증진과 상반된 인물인 푸즈더 CEO가 노동장관에 임명된 것은 의아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부자 기업인을 노동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이도록 해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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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물들이 주요 부처에 포진한 것도 트럼프 인사의 특징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인수위가 차기 정부 내무장관에 라이언 징크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징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몬태나를 관통하는 키스턴 송유관 건설에 찬성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환경·에너지 정책에 반대해온 인물이다. 이 밖에 차기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낙점된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도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폐기와 화력발전소 감축 의무화 철폐 등을 주장하는 ‘반(反)오바마’ 인물이다. 차기 교육장관으로 내정된 벳시 디보스 교육활동가도 교육 민영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의 교육정책과 상반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경험이나 해당 분야의 경력 자체가 없는 인사들이 많다는 점도 트럼프 인사의 특징이다. 트럼프가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낙점한 인물은 이 부처와 관련이 전혀 없는 신경외과의사 출신의 벤 카슨이다. 이와 관련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의사인 카슨이 미 전역의 가족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도시개발장관에 임명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며 “우리는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지식과 경륜을 갖춘 인물을 원한다”고 밝혔다. 또 주요 부처 장관 중 상당수는 국정경험이 없는 군 장성과 기업인 출신이다. 전 미 중부군 사령관인 제임스 매티스가 국방장관에 낙점됐고 전 남부사령관인 존 켈리가 국토안보장관에 지명됐다. 기업인 출신으로는 골드만삭스 임원을 지낸 스티브 므누신이 차기 재무장관에 지명됐고 월가 유명 투자자인 윌버 로스가 상무장관에 내정됐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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