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25만명이 한 해 먹을 쌀, 사료용으로 처분한다니

정부가 남아도는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비축 중인 쌀 52만톤을 내년에 가축 사료용으로 풀기로 했다. 정부 비축미를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것은 올해 10만톤이 처음이었으나 내년에는 같은 용도의 물량을 5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쌀 공급과잉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국민 825만명이 한해 먹는 양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를 가축 사료용으로 전환한다는 것 자체가 현행 쌀 생산 및 관리정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사료용으로 넘기는 쌀이 재고분이라도 이조차 7,000억원의 직접적인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합사료 업체에 ㎏당 208원에 넘기기로 했는데 이는 매입 평균 가격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만 사료용으로 전환하면 쌀 관리비용 절감(1년 551억원)과 사료원료 곡물 수입대체 효과(1,079억원, 옥수수 기준)가 발생한다고 강조하지만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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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쌀 생산량 중 신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 전량을 시장에서 격리했음에도 생산과잉에 따른 산지 쌀값 하락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산지 쌀값은 10월 초 80㎏ 기준으로 13만4,076원이었지만 이달 5일에는 12만8,328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5만원 수준이었던 데 비해 15% 가까이 떨어진 것이며 농민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13 만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1995년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매년 풍년이 들 때마다 현지의 쌀값 하락과 쌀 재고 관리를 걱정해야 하는 역설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연초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신곡 초과 물량을 전량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지만 이조차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식량 안보도 중요하지만 공급과잉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결국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쌀 생산 조정제도’를 확대해 쌀 생산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해결방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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