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러 국무장관 지명에 獨 불안한 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사진)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한 데 대해 독일 언론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미국이 러시아와는 가까워지고 서유럽과는 멀어지는 트럼프판 국제 신질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바탕에 깔렸다.



14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사설에서 틸러슨 지명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고 있는 관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길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FAZ는 “중국에 맞서 러시아와 함께하는 미국,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있는 유럽이라는 구도”로 가는 것인가를 묻고는 “지금은 누구도 그걸 알 수 없다”고 자답한 뒤 “트럼프만큼이나 지정학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비평했다.

다른 일간지 벨트는 유럽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서 “유럽연합(EU)은 트럼프가 유럽의 이익을 해치며 러시아에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 매체는 “무엇보다도, 푸틴이 (과거 구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동유럽을 러시아의 통제 아래 두려고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트럼프의 영향력을 EU는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독일 지역 일간지 베를리너차이퉁은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조각 과정에서 문제들을 일으키고 이에 대처하고 있다”면서 “이런 것은 앞으로 수년 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독일 언론들의 이러한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틸러슨 지명을 대대적으로 반기고 나섰다. 전날 세르비아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나 새로운 미래의 미 국무장관은 모두 러시아와의 상호관계 발전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은 실용적인 사람들이고 이러한 실용주의가 미러 관계 구축과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틸러슨을 발탁한 트럼프 당선인 자신은 지명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지도자들과도 연결된 그의 폭넓은 인맥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에서 41년 동안 일한 틸러슨은 석유와 가스사업을 매개로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적대적인 제3세계 지도자들과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했다. 틸러슨 지명자는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17년간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