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경기 고꾸라진다지만… 6개월째 발 묶인 한은

12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가계부채 고삐도 안잡히는 데 美 금리 인상까지

'트럼플레이션' 본격화하면 금리 인하 더 멀어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가계부채였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 인상 첫발을 뗐다. 금융당국의 잇따른 억제책에도 가계부채 급증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데다 내외 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자본유출까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결국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누른 셈이다.

11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704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전월 대비 증가액도 8조8,000억원으로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 기준으로도 지난해 10월(9조원) 이후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주담대 규모도 529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늘었다. 역시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11월(5조9,000억원)보다 2,000억원 늘었고 2010~2014년 11월 평균인 3조원에 비하면 두 배가 넘었다. 다른 대출도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11월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잔액은 174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0년 5월(2조7,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증가액이다.


금융당국의 잇따른 규제책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마저 올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게 금통위의 판단이다. 지난해 말 이후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 확대 △차주(대출받는 사람)별 소득심사 강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단대출보증 한도와 건수 제한 등 가계부채 억제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주택 공급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8·25대책’ 이후에는 청약자격과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을 강화하고 아파트 잔금 대출에까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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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인 것도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데 걸림돌이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0.25%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래 1년 만의 인상 조치다. 특히 연준은 위원들이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 것인지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표인 ‘점도표’를 통해 내년 1년간 3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을 시사했다. 기존 점도표에 내년 금리 인상 횟수는 2회였다.

국내 경기가 4·4분기 ‘제로(0)’ 성장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도 한은이 쉽게 경기 부양 카드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최근 들어 성장률을 홀로 떠받치던 건설의 힘이 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건설 기성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가 2.4% 성장하는 데 그칠 수 있다면 공격적인 확대 재정정책과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KDI는 또 우리 경제가 4·4분기 제로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국내 경기 상황이 어렵지만 미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려 잡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향후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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