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분할 자사주 의결권 제한 - 찬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시장과정부 연구센터 소장

총수 부당한 지배력 강화 막아

대기업이 기업분할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이용해 총수의 기업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정치권이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상법상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를 두 개로 쪼갤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해 대기업 총수가 자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린다. 야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회사 분할시 자사주 취득을 제한하고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에 찬성하는 측은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막음으로써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의결권 제한이 자사주는 회사 자산이며 자사주가 회사를 떠나는 순간 다른 보통주와 같아진다는 것을 부정하는 모순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분할시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의 13.49%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즉 삼성전자가 발행한 주식을 삼성전자가 다시 사들인 것을 자사주라고 부르는데 이 자사주가 무려 전체 보통주 발행 주식의 13.49%나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사주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지배하도록 마법을 부리는 것이고 결국 지주회사로 지분을 집결시키는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의 지배력을 월등하게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사주 마법의 비밀은 단순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회사를 인적분할하게 되면 인적분할된 두 기업 주주의 구성과 지분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배정할 수 있고 따라서 자사주가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분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하게 되면 자사주의 마법으로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 13.49%를 자동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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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삼성전자 지분 4.79%와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 12.72%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사업회사가 될 삼성전자의 주식 13.49%를 덤으로 지주회사가 가지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총수 일가는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함으로써 총수 일가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 끌어올리는 동시에 지주회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자사주의 마법과 주식 맞교환만으로도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지분 20% 이상을 쉽게 확보할 수 있으며 다른 계열사들과의 기업합병이나 주식 맞교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지분 40%,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인 삼성전자 지분 30%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총수 일가는 기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데 이런 일련의 지배력 강화는 바로 자사주의 마법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사주의 마법이 주식회사제도의 기본정신과 부합되는 것인가, 또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두 질문에 대한 해답은 명백하게 ‘아니다’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런 자사주의 마법에 관한 설명을 들은 국내외 학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회사의 자본인 자사주를 특정 주주, 또는 그룹의 총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자사주의 마법은 재벌 총수에게는 경제력 집중에 따른 ‘득템’이다. 비상식을 법으로, 대법원 판례로 합법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며 자사주 매입은 사실상 주식을 소각하는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 현행법은 자사주 처분시 처분할 상대방 결정 및 처분 방법을 회사의 정관, 혹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런 규정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강화에 자사주를 이용하도록 백지위임을 한 꼴이다.

주식회사제도의 기본정신과 부합하는 자사주 처분은 적어도 주주 평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법무부도 2006년 10월 자사주 처분시 신주발행절차를 준용하는 규정을 입법예고한 적이 있다. 물론 재계의 반대로 이 규정은 입법화되지 못했다.

자사주 규정의 정상화가 지주회사 전환을 저해하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사주의 마법이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에 큰 당근이기는 하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된 유인책이다. 자사주의 마법을 이용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은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시킬 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완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과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순환출자금지와 교차출자금지와 같은 채찍이 더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다. 재벌총수 일가가 아닌 국민경제를 정책 목적으로 삼는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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