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금리인상]통화가치 급락·자금이탈 압박...'强달러 몸살' 시작된 신흥국

루블·페소 하락...위안화 가치는 8년 반만에 최저치

신흥국 상장지수펀드도 연준 발표후 3% 곤두박질

원자재값 급락에 보호무역 겹쳐 실물경제까지 먹구름







홍콩의 한 시민이 15일 은행 건물 안에 설치된 증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이날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홍콩=AP연합뉴스홍콩의 한 시민이 15일 은행 건물 안에 설치된 증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이날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홍콩=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대적인 자금 이동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후 달러를 제외한 주요 통화가치가 줄줄이 급락하고 신흥국 증시와 원자재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지는 등 연준발(發)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조짐이 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지금껏 초저금리 기조 속에 눈덩이처럼 부채를 불려온 신흥국들은 선진국 채권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에 더해 원자재 가격 급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정책에 따른 수출 감소라는 실물경제 타격 우려까지 맞물려 거센 자금유출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본격적인 ‘돈 조이기’는 당장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달러화 가치가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가 각각 2.5%와 0.9%씩 하락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고시한 위안화 가치는 15일 달러당 6.9289위안으로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iShare) MSCI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들어 11%의 강세를 보였지만 연준의 발표 이후 3%나 곤두박질쳤다.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단숨에 3.7% 떨어져 배럴당 51.04달러로 마감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루 만에 0.1%포인트 치솟은 2.573%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을 떠나는 글로벌 ‘머니 무브’에도 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FOMC 이전부터 거의 100% 기정사실화됐던 미국 금리 인상에 이처럼 시장이 요동친 이유는 연준이 내년 이후 당초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듯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연간 세 차례 인상될 경우 시장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 때보다 장기적이고 큰 파장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에 취약한 신흥시장은 내년 이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후 가뜩이나 대외 경제 여건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수익을 좇아 신흥국에 머물렀던 글로벌 자금이 금리가 높아진 선진국으로 되돌아갈 경우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내년 중 만기 도래하는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화 부채는 1,200억달러(약 14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달러화가 한층 강세를 보일 경우 신흥국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신흥국 경제 불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만기 연장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켓워치는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말레이시아 등이 특히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외화부채 상환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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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연준의 금리 인상뿐 아니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과 맞물려 더 큰 가치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보호무역정책 등 ‘미국 우선주의’는 이미 신흥국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며 자금유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트럼프 당선 이후 10% 넘게 떨어졌으며 올 들어 꾸준히 약세를 보여온 중국 위안화도 자본유출 압력 속에 지난달 이후 한층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자본 통제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서 내년 말 달러당 7.2~7.3위안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모건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외환 전략가는 달러화 지수가 2018년 2·4분기까지 추가로 6%가량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금리 인상의 파장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을 대량 매도하고 자금을 선진국으로 옮겨갈 경우 신흥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는 미국 금리 이상 여파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배경이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빠른 미 금리 인상과 치솟는 달러화, 미국과 중국의 잠재적인 무역전쟁이라는 악재가 맞물릴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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