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수입세’ 공약 때문에 미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공화당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내세우며 30년 만의 과감한 법인세 감면을 고려하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고집하는 당선인이 꺼내 든 수입세가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모든 수입품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면 해외에 생산시설을 둔 미국 기업들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저임금 국가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의류업계는 수입세로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스티븐 라마르 전 미국의류신발협회 부회장은 “워싱턴 정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무언가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에게 수입세는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전미유통연맹도 당선인의 수입세 도입이 일부 패션 브랜드의 세전이익 대비 3~5배 많은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 중 98%가 수입품이라는 사실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당초 공화당은 법인세 코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세금을 낮추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대로 수입세가 부과되면 법인세 인하의 긍정적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대표적 공화당 후원자인 석유재벌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운영하는 에너지 기업 코크인더스트리도 강하게 반발했다. 필립 에렌더 코크인더스트리 사장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사 제품이 많아 이득을 본다면서도 “국경을 경계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미국 세금 시스템은 자유무역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증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규모 유통체인인 홈데포의 켄트 넛슨 부사장 역시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뽑는 식의 세제 개편안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경쟁의 패자를 먹여 살리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