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돈줄 조이기에 中 채권시장 패닉

국채값 급락...한때 거래중단

중국發 금융 쇼크 재연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줄 죄기로 중국 채권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위안화 약세로 가뜩이나 외환유출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글로벌 자금이 중국을 이탈해 미국으로 향하는 ‘차이나 엑소더스’가 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채권과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여름과 올 초 세계 시장을 격랑으로 내몰았던 중국발 금융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전날 중국의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이 장중 2%까지 하락하자 중국 당국이 국채선물 거래 일시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중국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1.81% 하락 마감해 3년 전 중국에서 파생상품 거래가 재개된 이래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15일 중국 10년물과 5년물 국채선물 가격이 장중 각각 2%, 1.2%까지 떨어져 하한선까지 추락하자 놀란 중국 금융당국은 국채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시켰고 인민은행이 22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단기 자금시장에 풀고서야 거래를 재개했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긴급 처방에도 이날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2bp(1bp=0.01%포인트) 상승하면서 3.45%로 뛰어올라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국채선물 거래를 일시 중지시킨 것은 올 초 중국증시에 나타났던 서킷브레이커(증시거래 일시중지 제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면서 채권시장의 공포를 증폭시켰다. 하오홍 중국 교통은행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드디어 중국 채권의 버블이 과도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 220억달러 긴급 수혈에도 자금유출 가속…긴축 저울질

내년 조기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추가 경기악화 우려도 커 고민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의 외환통제 노력에도 미국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중국의 달러화 유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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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 이후 내년에 세 번 더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자금이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달러가치 상승과 위안화 값의 지속적 약세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중국 내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자본유출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부동산시장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고개를 들면서 중국 당국이 시중 통화를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채권 등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동기 대비 3.3% 급등해 5년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자 인민은행이 최근 2년간 지속해온 통화완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최근 몇 달 동안 부동산 가격 거품 붕괴와 금융권의 부채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면서 중국 당국도 자산 버블 붕괴와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빼어들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절하와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경우 중국 금융당국이 내년 4·4분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가운데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시점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젠광 미즈호증권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국채 폭락은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 외에 인민은행의 최근 시장 유동성 축소에 따른 영향도 크다”면서 “중국 채권시장의 호황이 끝났고 오랜 기간 채권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가뜩이나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중국 당국의 긴축정책 선택에는 큰 부담이다. 올해는 부동산시장 부양으로 중국 정부가 목표로 세운 6.5~7%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내년에는 뚜렷한 경기회복 수단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싱크탱크들은 중국 당국이 내년 성장목표 하단을 6%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이날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에는 금융 시장의 위험을 방지하고 자산 거품을 통제하는 데 방점을 둔 안정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위안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안정적인 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금융기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 구조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장샤오징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금융발전실험실 부주임은 “2015년에는 증시로, 지난해는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했는데 내년에는 어떤 부양책으로 중국 경제를 떠받칠지 당국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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