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장바구니 물가 비상...라면값도 5.5%↑] 실물경기 안좋은데...커피·냉동식품도 인상 나설듯

라면 28개 제품중 18개 가격

농심 5년1개월만에 올려

"어수선한 시국 틈타 기습인상"

서민 가계부담 더 심해질듯



식음료 업계가 주요 생필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면서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서민경제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라면까지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값까지 폭등하자 벌써부터 실물 경기는 제자리를 맴돌고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20일부터 전체 28종 라면 제품 가운데 18종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한다. 농심의 라면값을 올리는 것은 2011년 11월 이후 5년1개월 만이다. 제품별로는 ‘신라면’이 기존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오른다. 가격 인상에서 제외된 제품은 ‘짜왕’과 ‘맛짬뽕’ 등 프리미엄 라면이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제품 값만 뛴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가계 부담을 고려해 라면 값을 올리지 않고 버텼지만 물류비, 인건비, 원료 값 등이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며 “라면이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오뚜기·팔도·삼양식품 등 다른 라면 업체는 아직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 업체 역시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렸고 업계 1위인 농심이 가격을 인상한 만큼 조만간 라면 값 인상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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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업계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12월 하이트진로가 소주 값을 올린 이래 올 상반기 제과 및 빙과 업체가 동참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맥주와 음료 값 인상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서는 빵과 라면 등 생필품 전반으로 인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정부 당국의 감시가 느슨해지자 기습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빚는 AI 확산으로 계란 값도 연일 폭등세다. 이마트는 AI로 산지의 계란 수급이 차질을 빚자 일주일 새 계란 가격을 9.8%나 올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비슷한 수준으로 계란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어서 식음료에 이어 신선식품으로까지 가격 인상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은 생필품 가격 인상은 장바구니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더 올랐다. 5~8월만 해도 0%대 상승률에 그쳤던 소비자물가지수는 9월 들어 3개월 연속 1% 이상 상승했다.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14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8월만 해도 감소세였지만 11월에는 1.1% 오르며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소·과일·생선 등 신선식품지수는 15%나 껑충 뛰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주와 라면은 1위 업체가 가격 인상의 총대를 멨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시점부터 서민들이 체감하는 가계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커피와 냉동식품 등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조짐을 보이는 등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주요 생필품의 가격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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