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입시 비리’를 만천하에 알린 이화여대생들의 지난 여름 시위 현장은 기존 학내 투쟁과는 사뭇 달랐다. “본관을 점령한 학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필두로 하는 ‘노동가요’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가 하면…학생회장과 임원이 늘어서서 엄숙한 표정으로 성명서를 낭독하기는커녕 기회가 될 때마다 ‘대표자 없음’을 강조하며 익명성을 유지했다.” 외부세력 개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이화여대(생)라는 표상에 대한 뿌리 깊은 여성혐오적 공격”을 고려한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광화문 토요 촛불집회는 평화적이며 축제 분위기로 진행된다. 외부 선동세력의 개입없이 ‘순수한 민심’이 작동한 이 현상의 이면은 ‘정치 혐오’다.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다. ‘김치녀’‘맘충’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자 ‘개저씨’‘한남충’이 등장했다. ‘헬조선’이라는 자조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혐오다. 책은 단순히 ‘혐오사회’라고 단정 짓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혐오는 증상이며, 혐오를 사회악으로 지목할 게 아니라 혐오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찾아내야 한다”며 혐오현상을 파고든다. ‘88만원세대’를 공동 집필한 사회학자 박권일, 정치혐오를 촛불집회의 코드로 해석한 김학준, 여성학자 허윤, 대중문화 기자 위근우, 법학자 이준일이 함께 썼다.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