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제3의 식탁> 유기농으로 먹었으니 만사 오케이?…미래의 식탁, 메뉴부터 달라져야 한다

■댄 바버 지음, 글항아리 펴냄

육류 위주에 채소 곁들인 기존식단

유기농·로컬 재료로 바꾸더라도

음식문화 획일화 등 피할 수 없어

美 최고 셰프로 꼽히는 댄 바버

지속가능한 농업 기반 요리 강조

"식단부터 재료 수급·조리법까지

식문화 전반적 사슬 재구성해야"



지난 한주 각자 먹었던 음식을 한 번 생각해보자. 당근·김치·고기·빵 등. 재료의 신선함과 등급의 차이,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요리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가 커지면서 요리사들이 나와 음식을 먹고,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것들이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생길 만도 하다. 획일화된 음식 문화 속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신간 ‘제3의 식탁’은 먹는 행위가 숨 쉬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런 질문을 잊고 사는 우리를 위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저자 댄 바버는 미국의 수많은 매체와 단체에서 ‘미국 최고의 요리사’,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위대한 요리사’로 뽑힌 행동파 셰프다.

농장에서 일하는 댄 바버./사진제공=글항아리농장에서 일하는 댄 바버./사진제공=글항아리


책은 음식문화의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서양 음식과 농업의 최근 역사를 토대로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식탁을 차려왔는지 살핀다. 고기 한 덩이와 몇 가지 채소를 곁들인 전형적인 육류 위주 식탁이 ‘첫 번째 식탁’이요, ‘두 번째 식탁’은 유기농 육류와 지역에서 재배된 야채를 이용해 차려진 식탁이다. 저자는 ‘두 번째 식탁’이 기존의 식품 체계에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지역의 다양한 요리 문화를 훼손하는 전 지구적 식량 경제에 대항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두 번째 식탁엔 한계가 있다. 생태학적으로 재배하는데 손이 많이 가고 돈이 많이 드는 재료를 까다롭게 고르거나 더 나아가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식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친환경적 환경에서 자란 가축류, 신선한 환경에서 자란 채소를 사용하지만, 필요한 가축류와 채소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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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는 댄 바버./사진제공=글항아리강연하는 댄 바버./사진제공=글항아리


저자가 ‘제 3의 식탁’을 제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 3의 식탁’은 한 접시의 요리 자체가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요리법, 혹은 요리의 조합이거나 메뉴 개발과 재료 수급, 혹은 그 전부를 포함한 개념이다.

‘제 3의 식탁’을 현실화하려면 지속 가능한 농업의 중요성과 이를 실천하는 농부에 대해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처럼 요리가 먼저인 상황에서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곡물과 고기를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요리 문화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제 3의 식탁‘을 차릴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댄 바버가 키우는 채소들./사진제공=글항아리댄 바버가 키우는 채소들./사진제공=글항아리


이 과정에서 맛을 결정하는 사람인 요리사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새로운 음식 문화인 ‘제3의 식탁’을 만들어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다만 혼자서는 토양을 살릴 수도 없고,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 품종을 개발해 재배하기 어려운 만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가 꾸려져야 한다고 언급한다.

“좋은 재료를 신중하게 골라 지속 가능한 식단을 창조할 수 있다는 우리 믿음은 틀렸다. 이는 편협한 사고일 뿐이다. 사슬 전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미국에서 차세대를 이끌 위대한 요리사로 꼽힌 저자의 당부다. 2만8,000원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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