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상승하면 집값은 얼마나 하락할까.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금리가 25bp 오를 경우 집값은 평균적으로 0.38%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가 1% 오른다고 하면 1.5% 떨어지는 건데 우리나라 부동산 시가총액이 1경원인 것을 감안하면 150조원이 증발한다는 뜻”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게 수도권, 특히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일어날 때”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가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껴 투매 행렬에 나설 경우 집값 하락 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가 집값 하락 폭을 키우게 되면 ‘하우스푸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경우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경우에는 거래가 아예 실종되는 특성이 있다. 이 경우 다주택자가 호가를 낮춰 집을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어 집값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는 돈이 있는 사람이라서 서민·취약 계층처럼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주택을 팔기 시작하고 그게 촉매 역할을 해서 집값이 더 떨어지게 되면 2012년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다주택자의 취약성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3월 말 기준 본인 소유 주택을 임대하면서 또 다른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143조4,000억원이다. 2012년(111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9.0% 증가했다. 반면 본인 소유 주택은 임대를 놓고 다른 이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1주택자 금융부채는 71조3,000억원에서 58조1,000억원으로 18.5% 감소했다.
특히 자가임대·자가거주 가구의 62.9% 소득이 없는 은퇴 연령층(50대 이상)에 몰려 있다는 것도 문제다. 1주택자에 비해 금융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다 소득이 없는 탓에 금리가 오르게 되면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조도 문제다. 자산이 부동산 등 실물에 치중돼 있어 집값이 하락이 가계부채, 나아가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자산 포트폴리오 80%가 부동산이다. 미국 60대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이 50대50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금융자산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금융시장에 오는 충격도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공급과잉, 가계의 자산 구성 등을 한꺼번에 놓고 보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의 부정적 영향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당국은 다주택자 대출, 그중에 투기적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 대출 정보로는 차주가 다주택자인지 여부를 판별하기가 어렵다. 과세정보 등을 통해서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주택을 2~3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부채 비율이 높은 사람이 타격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현재 단계에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