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다주택자 주담대 200조...가계빚 '뇌관'] 집값 폭락 도화선 불붙었는데...투기수요 파악도 못한 당국

"금리 1% 오르면 부동산 시가총액 150조 증발"

자산 대부분 주택 치중...금융시장 충격파 더 커

은퇴연령층 하우스푸어 문제 다시 불거질수도

다주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만에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서 한국 주택시장에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은 데다 시중금리까지 오르면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19년 만에 최대 규모인 37만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하는 내년 주택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미 서울 아파트 가격은 3주째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태다. 금리 상승에 이 같은 공급과잉이 맞물린 상황에서 다주택자는 집값 하락의 폭을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200조원에 다다른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집값은 얼마나 하락할까.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금리가 25bp 오를 경우 집값은 평균적으로 0.38%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가 1% 오른다고 하면 1.5% 떨어지는 건데 우리나라 부동산 시가총액이 1경원인 것을 감안하면 150조원이 증발한다는 뜻”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게 수도권, 특히 강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일어날 때”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가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껴 투매 행렬에 나설 경우 집값 하락 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가 집값 하락 폭을 키우게 되면 ‘하우스푸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경우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경우에는 거래가 아예 실종되는 특성이 있다. 이 경우 다주택자가 호가를 낮춰 집을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어 집값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는 돈이 있는 사람이라서 서민·취약 계층처럼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주택을 팔기 시작하고 그게 촉매 역할을 해서 집값이 더 떨어지게 되면 2012년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다주택자의 취약성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3월 말 기준 본인 소유 주택을 임대하면서 또 다른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임대·자가거주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143조4,000억원이다. 2012년(111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9.0% 증가했다. 반면 본인 소유 주택은 임대를 놓고 다른 이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1주택자 금융부채는 71조3,000억원에서 58조1,000억원으로 18.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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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가임대·자가거주 가구의 62.9% 소득이 없는 은퇴 연령층(50대 이상)에 몰려 있다는 것도 문제다. 1주택자에 비해 금융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다 소득이 없는 탓에 금리가 오르게 되면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조도 문제다. 자산이 부동산 등 실물에 치중돼 있어 집값이 하락이 가계부채, 나아가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자산 포트폴리오 80%가 부동산이다. 미국 60대는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이 50대50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금융자산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금융시장에 오는 충격도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공급과잉, 가계의 자산 구성 등을 한꺼번에 놓고 보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의 부정적 영향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당국은 다주택자 대출, 그중에 투기적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 대출 정보로는 차주가 다주택자인지 여부를 판별하기가 어렵다. 과세정보 등을 통해서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주택을 2~3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부채 비율이 높은 사람이 타격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현재 단계에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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