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청약시장의 열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일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11.3 대책 이후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일부 지역은 이에 상관 없이 상승세가 지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 ‘11·3 대책 한달’ 직격탄 맞은 서울 강남 4구 = 11.3 대책은 서울·경기·부산·세종 지역의 37개 시·구가 적용 대상이다. 이 곳에선 전매제한기간이 변경되거나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 청약시장의 과열된 분위기를 잡기 위한 정책이 적용됐다. 특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114 자료에 의하면 송파구의 경우 발표 직후인 지난 달 4일 3.3㎡당 2,470만원이었던 아파트 평균가격이 지난 9일에는 3.3㎡ 당 2,454만원으로 내려갔다. 대책이 발표된 이후 한 달만에 아파트 가격이 0.65% 떨어진 셈이다.
강동구 역시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3.3㎡ 당 1,848만원에서 1,845만원으로 아파트 평균 가격이 0.16% 감소한 것. 눈을 뜨고 나면 가격이 올랐을 정도로 치솟았던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 또한 0.34%와 0.74% 오르는 데 그치면서 대책 발표 이후 진정되는 모습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11.3 대책을 마련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치솟던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이었다”며 “11.3 대책으로 강남 4구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수도권도 상승세 둔화 = 강남 4구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보다는 청약시장 규제가 더 강하게 적용되는 서울이 대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의하면 지난 한 달 서울 25개 구 중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를 넘지 못하는 곳은 17개에 달했다. 강남 4구를 제외하면 관악·성북·종로·중·중랑의 분위기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책 발표 직후부터 지난 9일까지 종로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당 1,653만원에서 1,657만원으로 0.2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관악구의 아파트 가격도 0.30%만 상승했고, 성북·중·중랑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 역시 0.45% 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남양주와 성남이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성남의 아파트 가격은 한달 간 3.3㎡당 1,239만원에서 1,242만원으로 0.24% 오르는 데 머물렀고, 남양주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0.47%에 불과했다.
◇실수요자로 재편되는 청약시장 = 청약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대책 이전 최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심심치 않게 기록하던 신규 분양단지의 인기가 조금은 진정된 것이다.
지난 달 전국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8.2대 1로 지난 9월과 10월의 청약경쟁률(23.0대 1, 20.5대 1)에 비해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지난 10월 기록했던 33.6대 1의 1보다 30% 넘게 줄어든 23.7대 1을 나타냈다.
청약시장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적용된 지방의 경우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과 세종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지난 10월 각각 188.1대 1, 126.4대 1에서 대책이 발표된 11월 205.9대 1, 138.7대 1로 오히려 상승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대책에다 미국발 금리 인상 소식까지 겹치면서 한 동안 전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주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