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면세점 무한경쟁 시대]"더 이상 황금알 아니다...서비스·브랜드 차별화로 승부해야"

면세업계 생존해법은

업계, 음악 분수쇼·헬기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 준비

면세쇼핑 강남으로 확대 '제2 면세 한류' 열 기회 맞아

특허 자동 갱신 등 중장기적 제도 개선·지원 뒤따라야



이번 특허전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숫자가 총 13개로 늘어나면서 업체들의 생존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면세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모두가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변모한 만큼 내년부터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면세점들이 다자간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본격적인 자율경쟁 속에 서비스 개선, 브랜드 품질력 강화 등에 전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면세 업계도 백화점·복합쇼핑몰처럼 서비스 경쟁을 도입해야 생존이 가능한 구도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통 3사가 시장 가세에 나란히 성공한 것도 유통 비즈니스의 경쟁구도에서 다져진 경쟁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 2년간 서울 시내면세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각 업체들이 보다 진일보한 프로그램과 시설 개선안을 선보이며 ‘관광 보국’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초고층 롯데월드타워 개점을 필두로 면세점 면적을 국내 최대 규모인 1만7,334㎡(5,253평)로 확대하는 한편 잠실 석촌호수에 라스베이거스·두바이·싱가포르 등에서 호평받은 야간 음악 분수쇼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면세관광 시대를 열 계획이다. 현대면세점도 강남 일대를 기반으로 헬리콥터 야간 투어, 시내버스 투어, 맛집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업체들의 가세로 개별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면세 쇼핑이 강남 일대로 확대될 경우 ‘관광 한국’의 위상이 진일보하며 ‘제2의 면세 한류’를 열 기반도 닦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면세 업계가 가격 경쟁력과 한류 열풍 등을 바탕으로 한 물량 기반의 1차 ‘면세 한류’를 열었다면 글로벌 1위 시장에 걸맞은 미래형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며 2차 면세 한류를 열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지난 2년간의 특허전이 낳은 최대 장점이라면 기업 간 자율경쟁으로 우리 시장을 더욱 고도화하고 발전시켜 ‘제2의 면세 한류’를 유도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라며 “통로를 꽉 채운 시장형 면세점으로는 저가형 관광객의 낙점을 얻어낼 수 있을 뿐 글로벌 1위 지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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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업계의 변화를 촉진하려면 다양한 중장기적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현재의 특허제도와 관련해서는 제도 자체를 유지하더라도 기간 및 실시 여건 등에서 좀 더 유연한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면세업종이 성장하려면 잘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늘리고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허제를 유지하더라도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자동 갱신을 보장하는 등 유연성을 확보해야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구도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 전반의 미래상을 논의할 공동의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격적인 유통 비즈니스 산업으로 성장한 면세점을 주요 소매 산업으로 인정하고 10년 로드맵을 준비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업계와 학계·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면세 발전정책을 논의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불필요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막고 성장 대계를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 부회장도 “정부 지원책이 없는 가운데 홍콩·도쿄 등을 제치고 ‘쇼핑 한국’의 기반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면세 업계”라며 “규제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와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할 공동 협의체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출구전략’을 손질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특허제 속에서 참여 업체들이 늘어나게 되면 사업 탈락 업체와 경쟁 업체를 위한 출구전략 로드맵이 필요해진다”며 “업체 증가에 따른 후속 수순이지만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책은 갈수록 강화하면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입국장 면세점, 내국인 이용 시내면세점 등을 쏟아내는 타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규제 수위를 높일 뿐 별다른 업계 지원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생 업체들의 영업손실이 증폭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업체의 최대 배 이상의 송객수수료가 필요한 데 있다”며 “과도한 수수료를 규제하는 등 과열경쟁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업계와 학계 전반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면세 산업의 청사진을 정치권 대신 업계와 관 등이 주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중견 교수는 “관과 국책기관에 훌륭한 전문가와 연구진이 많고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면세 대계’를 짜는 다양한 청사진과 로드맵이 등장할 수 있다”며 “업계와 학계 모두가 동의하는 특허 기간 연장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언제까지 업종 전반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얄팍한 민심을 겨냥한 정치권 대신 관과 국책기관, 업계 싱크탱크 등이 모여 업종 대계를 마련해야 지난 2년간의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박윤선기자 heewk@sedaily.com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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